‘표심’ 노리고 원칙 깬 여당, ‘코인과세’ 1년 유예안 확정

선거철만 되면 ‘과세원칙’ 번복
자산격차 커지는데 ‘표심’ 의식
기재부 “연기할 명분 전혀 없다”


여당이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하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비과세 완화·대주주요건 완화 유예 등 선거를 앞두고 번번이 투자소득 관련 과세 원칙을 뒤집은 사례의 ‘데자뷔’가 연출된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인데 여당이 ‘표심’만 의식한 나머지 자산 과세 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유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 의지를 거듭 밝혔다. 국회에서 관련 법을 의결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법 시행까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예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관련 논의는 이달 시작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제는 당정이 스스로 만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행태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정부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전면 시행키로 하면서 200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는 여론에 밀려 결국 50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를 높였다.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 조치도 올해 3월 15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가, 다시 5월 3일로 미뤄졌다.

지난해 말에도 올해 4월부터 종목별 보유액이 3억원 이상이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했다. 연말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소액 투자자가 손해를 볼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린 것이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도 앞선 사례들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무엇보다 당시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한 것은 투자자 보호나 거래소시스템 정비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주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과세 시점을 미룰 명분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내년 1월 과세 시행이 예고된 데 따른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과세를 위한 전산시스템이 지금 테스트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여당에서 제기하는 우려들은 이미 앞서 다뤄졌으며, 과세 준비가 덜 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책 일관성·조세원칙 훼손 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자가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금융감독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지, 과세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산소득·자산거래에 대한 과세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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