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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북한에 핵 포기 기회를 주자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한이 흥미롭다면서도 조건을 붙이고, 미국 역시 순서·시기·조건과 관련해 이견 가능성을 언급해 진전되지 않고 있다. 북핵 해결이 정체되면서 북한은 늘 기만하므로 그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숙명론이 나오기도 한다.

북한 정권은 인권을 경시할 뿐 아니라 경제 운영 능력이 부족해 통치 자격이 없다. 1970년에 비슷했던 남북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현재 26배나 벌어졌으므로 북한 정권은 부끄러워 물러나야 마땅하다. 이처럼 체제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위반으로 얼마든지 북한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핵 문제 해결 실패도 북한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혹시 우리는 북한 정권이 나쁘므로 북한의 기만 때문이라고 자위하면서 정작 국가 정책 목표인 북핵 해결 달성은 소홀히 해온 것은 아닐까?

먼저 1991년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로 한반도에 평화공존 환경이 조성됐지만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를 맞았는데, 이는 한·미가 재개한 연합훈련이 주요 원인이었다. 2001년 부시 행정부가 북한군의 대가 없는 후방 이동 배치와 경수로 주요 부품 타설 때 하기로 합의한 특별사찰의 즉시 이행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평화는 흔들렸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가 평양 방문 시 우라늄 농축을 추궁하자 북한이 반발해 오히려 2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다.

노무현정부는 평화번영 총력외교를 통해 2005년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사흘 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 계좌에 금융 제재를 가했다. 1년 뒤 북한은 1차 핵실험으로 응답했다. 이에 북한 정권을 교체하겠다던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북한과 타협해 ‘악행에 보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1월 당선 직후 조 바이든 부통령과 ‘거침없고 직접적인 외교’를 공언하고도 실행은 계속 미뤘다. 실망한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미국은 ‘선(先)비핵화’를 뜻하는 ‘전략적 인내’를 구사해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를 갖지 못했다. 2012년 ‘윤달합의’ 직후 미국은 북한 인공위성 발사를 합의 위반이라 주장했지만,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 사업으로 이 계획을 이미 미국에 고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 상황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노력 대가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약속했지만 북한의 성의 표시와 달리 미국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점이다. 김정은은 미국에 속았지만 협상의 틀은 완전히 깨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외교 오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계속 핵 무력을 강화하겠다는 북한판 ‘전략적 인내’ 기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핵 해결 지연을 북한 탓으로만 돌리기보다는 우리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남북 교류와 평화 통일을 막고 있는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인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고려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주면서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대통령이 북한에 약속한 것의 일부라도 이행해 북한 신뢰를 얻고 스냅백 조건으로 제재를 일부 완화해 핵 개발 명분을 차단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미국의 종전선언 수용이고 이를 구현하는 것이 현재 한국 외교의 최대 과제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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