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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퍼스트레이디

남도영 논설위원


한국의 첫 번째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는 가끔 ‘호주댁’으로 불렸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국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착각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주관이 뚜렷했고, 서양 영부인을 싫어했던 당시 정치인 및 참모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일부 증언도 남아 있다. 170㎝ 장신이었던 육영수 여사는 현모양처형 영부인으로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오래전 조사지만 영부인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미국식 현모양처 영부인으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를 꼽는 사람이 많다. 가정적인 이미지로 남편보다 인기가 많았다.

이제 내조형 영부인의 시대는 끝났다. 질 바이든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이 됐음에도 자기 일을 계속하는 미국 최초의 ‘워킹 퍼스트레이디’로 불린다. 남편보다 똑똑했다는 힐러리 클린턴은 영부인에 만족하지 않았다.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낸 뒤 2016년 대선에 직접 출마했다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외부에 노출되기를 꺼렸던 경우다. 원래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는데, 직전 영부인 이순자씨가 워낙 사고를 많이 쳐 자의 반 타의 반 조용한 영부인이 됐다.

이번 대선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선거운동에 나설 채비를 하는 모양이다.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두 부인 모두 정치적으로 공격당했고, 공격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학력 위조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혜경씨는 2018년 ‘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으로 수사까지 받았고, 이른바 욕설 파일에도 등장한다. 후보들이 모두 비호감이라는데, 그 부인들마저 공격대상이다. 두 부인이 이상해서라기보다 진영 간 네거티브가 워낙 격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부인 후보가 검증대상에서 빠질 수는 없겠으나, 과도한 비하와 저주는 서로 자제하는 신사협정을 맺으면 어떨까.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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