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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근성이 우리 무기, 큰 선수들 안 무서워”

[니하오! 베이징 2022] <2>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주장 최지연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장 최지연이 하키스틱으로 퍽을 드리블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첫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최지연은 11일부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티켓을 위한 최종예선에 나선다. 최지연 제공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장 최지연(23·수원시청)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영국 노팅엄에서 열린 영국전 1피리어드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새하얀 빙판 위 영국 측 골문 앞, 한국 선수들과 영국 골키퍼의 2대 1 상황. 최지연이 퍽(아이스하키의 공)을 소유했고 선취점을 획득할 절호의 기회였다.

“정말 아쉽게 골을 못 넣었어요. 그때 만약 들어갔으면 뒤집히지 않았을까, 아직도 생각나고 후회스럽고….” 한국은 이날 2피리어드 막판에 한 점을 내주며 0대 1로 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예선 2차 라운드 F조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는 패배했지만 한국은 조 1위(2승 1패) 자리를 지켜내며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최지연은 지난 4일 전화인터뷰에서 ‘그래도 최종예선에 진출하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말에 단호히 대답했다. “기뻐할 수 없었어요. 2014년에 한 번 진 뒤로 여태까지 진 적 없는 팀이라서 자존심이 상했죠”

최지연은 아이스하키에 있어선 완벽주의다. 좋아하는 배우인 김선호 남주혁 박서준을 얘기할 땐 영락없이 웃음기 가득한 20대였지만, 하키로 화제를 전환하면 금세 진지해졌다. 친한 동료들은 “하키 할 때와 하키복을 벗었을 때가 다르다”고 말한다. 그 역시 “하키를 할 땐 더 집중하고 조금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두 살 위 오빠가 아이스하키를 하는 모습이 멋있어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하키채를 잡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25대 1 경쟁률을 뚫고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중고생 시절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문구에 이상하게 마음이 울려 쉬는 시간에도 거실에서 테니스공으로 드리블 연습을 했다. 그는 “다들 열심히 하는데 똑같이 해선 이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팀에서 제일 잘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집안 형편이 급격히 안 좋아졌을 때도 오빠가 쓰던 장비를 고쳐 쓰며 하키를 놓지 않았다.

국내 최고 유망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경험한 최지연은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위해 도전 중이다. 여자 대표팀은 11~14일 스웨덴 룰레오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예선 E조에 출전한다. 베이징을 향한 마지막 관문이다. 최지연은 “아는 맛이 무서운 것 같다”며 “한 번 해보니까 (두 번째 올림픽에서) 한 번 더 뛰어보고 싶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는 2020년 기준 세계 랭킹 상위 6개국(미국·캐나다·핀란드·러시아·스위스·일본)과 개최국 중국이 직행했다. 남은 3장은 최종예선 조별 1위가 한 장씩 가져간다. 평창 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던 한국은 사상 처음 자력 진출을 노린다.

세계랭킹 16위 한국이 속한 E조에는 스웨덴(9위) 프랑스(10위) 슬로바키아(15위)가 있다. 모두 한국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팀이다. 대표팀은 이들을 뛰어넘기 위해 진천 선수촌에서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오전 7~8시 아침 식사 이후 웨이트 트레이닝, 12시 점심 이후 아이스링크 훈련을 했다. 잠시 휴식 후에 오후 6시 저녁을 먹고 6시 50분에 비디오 미팅을 한다. 오후 8~10시에 마지막 훈련 후에 스트레칭 등 쿨다운 운동을 하면 밤 11시가 넘는다. 최지연은 “어떻게든 보여주고 오겠다”며 “이렇게 힘들게 훈련한 것을 후회 없이 보여주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이후 대표팀은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아이스하키 인프라가 좋지 못해 다른 나라보다 일찍 은퇴하거나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여긴 선배들이 자연스레 나갔다. 올림픽을 같이 뛰던 신소정은 골키퍼 코치가 됐다. 최지연은 “아직도 살짝 ‘언니’라고 나올락 말락 한다”며 웃었다.

늘 막내였던 11년차 국가대표 최지연은 어느덧 주장이다. 팀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그는 “많이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표팀 생활을 해서 막내 기간이 정말 길었다. 예전엔 언니들을 돕고 응원하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리드를 해야 한다. 선수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모으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평창에서 경험이 팀원들이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최지연은 당시 서먹하던 북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식사하고 생일파티를 해주며 급속히 가까워졌다. 헤어질 땐 북한 선수 모두에게 손편지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 나눠주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단일팀을 경험하면서 운동이랑 밥이 사람과 친해지기 제일 좋은 방법이란 걸 느꼈다”며 “새로 온 후배들에게도 먼저 다가가려 한다. 밥은 잘 먹었는지 잘 잤는지 계속 대화하고 편의점도 같이 가면서 팀으로서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대표팀의 강점은 ‘스피드’와 악착같은 ‘근성’이다.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힘이 센 외국 선수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무기다. 그는 “외국 선수들이 확실히 체격이나 체력이 뛰어나다”면서도 “팀마다 장단점이 있다. 우리가 자신 있는 스피드를 활용해 미리 판단하고 플레이하면 충분히 할 만하다. 큰 선수들을 많이 경험해 봐서 두렵지 않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7일 스웨덴으로 출국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일 프랑스, 13일 스웨덴, 14일 슬로바키아와 차례로 경기를 치른 뒤 16일 귀국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니하오! 베이징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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