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 고운 아기 단풍… 마음까지 물들겠네

‘호남의 금강’ 내장산 품은 전북 정읍

전북 정읍시 ‘호남의 금강’ 내장산 초입 우화정 주변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화려한 가을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연못 가운데 파란 지붕 정자와 붉은 단풍잎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내장산(內藏山·763m)은 ‘호남의 금강’이라 불린다.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전남 장성군에 걸쳐 있으며 예로부터 조선 8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다. 1971년 국내 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최고봉인 신선봉을 비롯해 장군봉 서래봉 불출봉 연자봉 연지봉 까치봉 망해봉 월영봉 등 9개의 봉우리가 동쪽으로 트인 말발굽(⊂) 모양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해발 600~700m 대의 암봉이다.

정읍의 내장산은 단풍철이면 단풍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는 산이다. 단풍나무, 당단풍, 좁은 단풍, 털참단풍, 고로쇠, 왕고로쇠, 신나무, 복자기 등 다양한 단풍나무와 천연기념물인 굴거리나무 등 50여 종에 이르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조화를 이뤄 ‘가을색 향연’을 벌인다. 단풍잎이 얇아 붉은색이 잘 들고 색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중순 찾아온 초가을 한파 때문에 올해 단풍은 전국적으로 색감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내장산은 그렇지 않았다.

내장산 우화정 주변을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내장산 초입 연못 가운데 우화정(羽化亭)이 있다.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승군과 왜적이 격렬한 전투를 벌인 내장산성의 우화정을 1965년 이곳에 재현했다. 파란 지붕 정자 주변의 울긋불긋 단풍이 수면에 비쳐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바로 옆에 내장산 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3분 만에 연자봉 중턱쯤 자리한 내장산 전망대휴게소에 도착한다. 전망대휴게소에서 약 300m만 아래쪽으로 걸으면 팔각정자로 지은 전망대다. 이곳에선 내장산 9개 봉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조금 걸으면 세 개의 길이 갈라지는 곳을 만난다. 오른쪽 서래봉에 이르는 산길과 왼쪽 계곡 물소리와 함께 가는 길 가운데 약 300m 거리의 단풍나무 터널 길이 반긴다. 1958년 제7대 내장면장이었던 유귀남이라는 분이 심은 것이라 한다. 단풍터널은 마치 꽃대궐 속을 거니는 것처럼 환상적이다. 단풍잎이 아기 조막손처럼 작고 단풍이 들면 진한 핏빛 같은 ‘아기단풍’ 숲길을 걸으면 마음마저 물든다.

정읍은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井邑詞)의 고장이다. 정읍사는 한 여인이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다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이를 모티브로 아양산 중턱에 조성된 것이 정읍사문화공원이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쪽을 진 머리의 망부상(望夫像)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정읍 시가지를 바라보며 서 있다.

정읍사문화공원 계단의 화려한 빛의 향연.

최근에는 ‘정읍사’ 설화에다 미디어파사드와 홀로그램 등 4차원 실감 콘텐츠 기술을 융복합해 화려한 빛의 향연을 펼치는 야경 명소로 변신했다. 기존 조형물을 활용한 ‘여인의 꿈’은 정읍사 여인의 간절한 바람을 묘사했다. 망부상으로 오르는 계단 위에 빛으로 그린 산길 물길 꽃길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헤엄치는 비단잉어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정동 정해마을에 들어선 ‘천년부부사랑, 정촌가요특구’.

백제가요 ‘정읍사’를 앞세운 관광시설은 신정동 정촌(정해마을)에 들어선 ‘천년부부사랑, 정촌가요특구’다. 가요전시관과 정읍사 여인 집, 저잣거리 주막, 인공연못, 누각 등을 갖췄다.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한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

정읍에서 무성서원(武城書院)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말 유학자인 고운 최치원이 태산군수로 재임 중 쌓은 치적을 기리기 위해 1615년 세워졌다. 1696년 사액서원이 돼 1868년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북도 내 유일한 서원이다.

다른 세계문화유산 서원에 비해 규모가 적고 건물도 매우 소박하다. 기본적인 서원 건물 배치의 형식을 지니고 있지만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다른 서원과 달리 강당인 명륜당 건물 하나만 있고 동재와 서재가 없다. 담장 동쪽 밖에 동재라 할 수 있는 강수재(講修齋)가 있다. 서원 뒤편 상춘공원은 가사문학의 효시인 불우헌 정극인의 ‘상춘곡’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성됐다.

여행메모
내장호 주차장~월령교 무료 셔틀버스
20여 가지 약재에 은행 잣 넣은 쌍화차

내장산을 찾아가려면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을 빠져나간 뒤 내장산 방면 천변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내장산 탐방안내소까지만 차량이 진입할 수 있다. 그 이전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차비는 1일 5000원이다. 여기에 문화재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어른 기준 4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내장호 주차장에서 월령교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오는 21일까지 운영된다.

내장산 매표소에서 우화정까지는 2㎞ 남짓 거리다. 경내 셔틀버스를 타면 약 5분이면 갈 수 있다. 편도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을 내야 한다. 케이블카 요금은 어른 왕복 9000원(편도 6000원) 어린이 6000원(편도 4000원)이다.

정읍은 쌍화차 거리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쌍화차로 유명한 고장이다. 전통찻집 10여곳이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정읍식 쌍화탕은 숙지황 생강 등 20여 가지 약재를 달인 뒤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넣은 게 특징이다. 가래떡구이와 조청, 고소한 견과류와 누룽지 등 업소마다 다양한 주전부리도 내놓는다. 쌍화차를 곁들여 정읍의 별미로 떠오르는 음식이 쌍화차묵은지삼합이다. 정읍천 바로 옆에는 전통시장인 샘고을시장이 있다.칼국수 족발 튀김 등 다양한 먹거리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정읍=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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