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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복자 디즈니

고세욱 논설위원


미국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간판 캐릭터 빅버드가 최근 트위터에서 어린이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그러자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보수 진영에서 “어린이를 향한 선전”이라며 반발했다.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 높은 빅버드가 꽤나 신경 쓰였나 보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 아동들에 대한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인다면 디즈니 캐릭터가 제격 아닐까. 미키마우스, 엘사, 푸우보다 친숙한 캐릭터가 어디 있겠나.

개인의 인생 주기에 디즈니는 항상 옆에 있다. 아이에게 미키마우스나 푸우의 옷과 베개는 필수품이다. 사춘기 때는 아이언맨 등 마블 시리즈와 픽사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고 청년이 되면 ESPN의 각종 스포츠 중계를 찾는다. 디즈니는 단순한 기업을 넘어 사람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제국이다. 디즈니 전 회장 마이클 아이스너는 “베를린 장벽은 서구의 무기가 아닌 서구식 사고에 의해 무너졌다. 그 사고는 미키마우스가 선의의 대사 역할을 한 미국 오락이 담당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영화 TV 음반시장을 장악한 정복자 디즈니도 클릭만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는 대응이 더뎠다. 넷플릭스의 폭풍 질주에 “아차” 한 것 같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1월 12일 뒤늦게 OTT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6월 디즈니플러스 유료 구독자는 1억명을 넘었다. 다만 기존 보유한 콘텐츠들 외에 OTT용 킬러콘텐츠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 사이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디즈니플러스와의 격차를 다시 벌리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OTT 진출 2주년인 내일 디즈니 마니아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뵌다. 공교롭게도 디즈니가 심기일전해 넷플릭스에 재반격하려는 시점과 맞물렸다. 다만 국내 OTT시장이 이들의 독무대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토종 OTT ‘티빙’이 제공하는 드라마 ‘지리산’이 죽을 쑤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디즈니플러스의 입성이 국내 OTT 업계에 메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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