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에 안정된 의사생활 접고 왜 에티오피아에… “하나님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제 몸 드리는 것”

[저자와의 만남] ‘깨어진 그릇’ 펴낸 김태훈 선교사

김태훈 에티오피아 선교사가 잠시 귀국 중이던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지난 6일 내전이 격화되고 있는 아디스아바바 사역지로 돌아갔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를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병원을 나와 아프리카에 왔는가.’ 의료선교사란 대답으로 넘어가더라도 두 번째 질문이 기다린다. ‘그럼 몸도 불편한데 왜 이곳 에티오피아에 계속 있는가.’

‘깨어진 그릇’(규장)은 이런 질문에 대한 김태훈(47) 선교사의 대답이다. 서울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의대 진학, 남들이 안 하는 간담도췌외과 및 소아외과 전공, 서울아산병원 촉탁의로서 억대 연봉과 보장된 미래를 떨치고 그는 한국국제협력단 소속 방글라데시 국제협력 의사로 해외 진료를 자원한다. 이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남수단과 에티오피아에 최초 파견한 보건의료 전문의로 근무한다. 안식년 기간엔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또다시 에티오피아에서 자비량으로 의료사역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일 에티오피아에서 잠시 귀국한 김 선교사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선교사는 2014년 파킨슨병 발병 이후 도파민을 대체하는 약물 처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고국에 방문하고 있으며 이번엔 치과 치료를 위해 가족을 두고 혼자 귀국했다.

“사람들, 특히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제 이력서를 볼 때 궁금해하고 의아해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믿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풍조를 따르지 않는 게 확실하다면,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볼 때 분명 질문과 궁금증을 가질 것입니다.”

책에서 밝힌 그의 말은 로마서 12장 1~2절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차분히 읽어야 이해가 된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십시오.”(새번역)

김 선교사는 이를 문자 그대로 믿는다. 그는 “몸을 드리고, 삶 전체를 드려야 한다”면서 “이 시대를 본받지 말고 어리석어 보여도 제 몸을 산 제물로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정된 한국 의사 생활을 접고 아프리카에서 슬기로운 의료선교사 생활을 계속한 이유다. 에티오피아와 남수단을 오가며 보건의료 체계를 세워 앞으로 이들 현지인을 통해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 드러나고 영광을 받으시는 날이 올 것을 믿으며 뛰고 있다.

책의 제목이 ‘깨어진 그릇’이다. 에티오피아 선교사로 나간 1년여 뒤 말라리아를 심하게 앓은 후에도 손 떨림 현상이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내려진 진단은 치료법이 없고 발병 원인도 모르는 파킨슨병이다. 수술칼을 잡는 외과 전문의로서 손 떨림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김 선교사는 시편 31편 12절의 깨진 그릇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질병은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란 응답을 받았다고 했다. 미련한 것, 약한 것, 천한 것,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신다는 말씀처럼(고전 1:27~29) 깨진 그릇을 들어 쓰시는 주님과의 동행을 경험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지금 전쟁 중이다. 미국의 공공연한 지원을 받는 반군 무장세력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300㎞ 떨어진 거점 도시들을 점령했다. 서방국가들은 자국민 출국을 권고했고, 대한민국 외교부도 지난 5일 에티오피아를 출국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김 선교사는 지난 7일 현지 복귀 후 보낸 편지에서 “더 이상의 인명 피해와 내전이 없기를, 종족 간 오랜 증오와 갈등 가운데 용서와 평화를 위한 시작이 일어나기를, 주님의 사역자들과 선교사들의 안위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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