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 말하는 대로, 역사가 이끄는 대로… 신앙인의 삶

안재웅 한국Y 이사장 회고록
‘역사가 내미는 손 잡고’ 출간 기념예배

안재웅 한국YMCA유지재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회고록 출판 감사예배에 앞서 동료들을 맞이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1960년대 대학에 들어가 성경을 공부하며 4·19혁명을 맞았다. 70년대는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총무로 유신독재에 맞서 기독교 민주화운동의 전면에서 학원선교 빈민선교 산업선교 현장을 누볐다. 80~90년대는 홍콩 주재 세계기독학생회총연맹(WSCF) 총무로 일하며 미국 유학을 경험했다. 2000년대는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로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점에 섰고, 2010년대 이후엔 소외계층을 돌보고 시민운동을 이끄는 원로로 자리매김했다. 안재웅(81) 한국YMCA유지재단 이사장의 경력이다.

한국 민주화운동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기독교 시민운동의 지도력을 넓힌 안 이사장이 동료들과 함께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회고록 출간 기념예배를 드렸다. 안 이사장이 지난 5년간 저술한 700여쪽의 책 ‘역사가 내미는 손 잡고’(대한기독교서회)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서회 사장인 서진한 목사가 누가복음 15장을 바탕으로 ‘공감의 길은 역사가 되었다’ 제목의 설교를 맡았다. 서 목사는 “역사가 내민 손을 잡은 안 이사장처럼 시대의 고통에 공감하고 공명하는 신앙인들이 이어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권호경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은 “50년 지켜본 안 이사장은 학생과 더불어 노동현장 농민현장 빈민현장에서 젊음을 불살랐고, 독재 시절 어려운 요구에도 한 번도 청을 마다하고 도망가는 일을 본 적 없다”고 회고했다. 장상 세계교회협의회(WCC) 공동회장은 “그는 온화하면서도 단단하다”고 소개하며 “복음이 말하는 대로, 역사가 이끄는 대로, 한반도에서 아시아와 세계로 영향력을 넓혀갔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책에서 기독교 민주화운동을 군사독재에 정면으로 맞선 주요 세력으로 꼽았다. 기독교라는 보호막이 있어서 다른 곳과 달리 독재정권이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쉽게 옭아매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일종의 프리미엄이라고 했다.

안 이사장은 “불신자 가운데 민주화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을 대신해 필요한 말을 해주고 행동도 해주기를 기대했다”면서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원선교 빈민선교 산업선교 등 필요할 때마다 총대를 멨다”고 말했다. 신앙적 결단과 양심의 호소,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일종의 소명이었으나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말하다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다.

안 이사장은 이번 회고록에서 가정사의 아픔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처음 기소될 때는 신혼 3개월 차였다. 부인 이경애 여사는 민주화 인사들의 독재정권 육군본부 특별재판부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군사 법정 심문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고, 이 때문에 종로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다가 실신했다. 그 영향으로 태중의 첫 아이를 잃고 말았다.


유신독재뿐 아니라 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직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에 맞서 서울 YWCA 회관에서는 직선제를 외치던 이른바 ‘YWCA 위장결혼식’ 사건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안 이사장은 또다시 수감생활을 했고, 큰아들은 집에 들이닥쳐 아빠를 끌고 가는 형사들을 본 충격으로 이후 말문을 닫았다. 안 이사장은 “내가 감옥에 드나들고 아내가 구속자 가족들과 뛰어다니는 사이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에게 닥친 깊은 소외감이 정서 불안을 가져와 급기야 초등학교 3학년 때는 학교마저 그만두어야 했다”고 밝혔다.

역사가 내미는 손을 잡은 대가로 아내는 투사가 됐고 큰 아이는 자폐증을 얻었다. 안 이사장은 그러나 지난 8일 국민일보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큰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등 작품 활동을 계속해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면서 “우리 가족에겐 더없는 보물”이라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지금도 계속해서 역사가 내미는 손을 잡고 있다. 기후위기에 맞서 노년부터 탄소배출을 줄이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60+기후행동’을 이끄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운동에 앞장서는 등의 모범을 보인다. 안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바라기는 새로운 디지털 에큐메니컬 운동으로 한국을 새롭게 하고 평화를 만들어 나가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좀 더 실현해가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