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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지난 9월 15일 미국 영국 호주는 ‘오커스(AUKUS)’라는 새로운 삼자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했고, 미국은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계획을 밝혔다. 미국이 1958년 영국에 핵 잠수함 기술을 전수한 이후 호주는 미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전수받는 첫 국가가 됐다.

오커스의 결정에 영감을 받은 것인지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잠수함 프로그램에 대한 고농축우라늄(HEU) 제한 해제를 주장한다. 그리고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마저 우리도 무턱대고 핵 잠수함을 만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국제조약과 국제법을 제대로 조사하거나 연구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보다 논리적으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그 세부 사항에 있다.

민감한 핵 기술과 능력을 다른 국가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복잡한 법적인 문제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호주가 NPT를 준수하면서 어떻게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일까?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INFCIRC/153)의 제14조에 답이 있다. 규정은 다음과 같다.

“국가가 이 협정에 따른 안전조치의 대상이 되는 핵물질을 이 협정에 따른 안전조치의 적용을 요하지 아니하는 핵 활동에 이용하기 위한 재량을 가지고자 의도하는 경우에는, 다음의 절차가 적용된다. (a) 국가는 다음 사항을 명백히 해 그 활동을 기구에 통고한다. (i) 핵물질의 비금지 군사적 활동에의 이용은 그 물질이 평화적 핵 활동에만 이용될 것이라는… 약속과는 모순되지 아니한다. (ii) 안전조치의 비적용 기간 그 핵물질은 핵무기 또는 기타 핵폭발 장치의 생산에 이용되지 아니한다.”

이를 요약하자면 이 안전조치협정의 핵심은 민감한 핵물질을 핵무기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핵연료는 평화로운 핵 잠수함에는 사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핵 잠수함은 핵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조항을 단 한 번이라도 활용한 국가는 없었다. 오래전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핵 관련 해군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을 당시 해당 문서 초안에 언급된 적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제14조는 처음 작성된 이후 거의 휴면 상태로 남아 있었다. 대한민국은 당연히 핵 잠수함을 개발하고 보유하기 위해 이 조항을 언급하며 활용할 수가 있다.

또한 제14조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Nuclear Suppliers Group)에 관한 한국의 의무와 일치해야 한다. 원자력공급국그룹의 지침 INFCIRC/254는 국가의 농축 기술 이전 목적이 평화적인 경우에만 타국으로의 이전을 허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INFCIRC/254의 ‘민감한 수출에 대한 특별 통제’ 섹션에는 “농축·재처리 설비, 장비 및 기술이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잠재적 수혜국과 협의하며, 기타 제반 사항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우리는 이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비확산 체제하에서 핵 잠수함 개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군사적 투자는 NPT와 NSG 의무에 충실하고 우리의 안보를 위한 순수한 목적이며 평화적인 활동임을 주장해야 한다. 필자가 줄곧 주장해온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독립적인 핵 개발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단기 목표로 이 조약의 모호성을 이용해서 핵 잠수함 개발부터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결정은 시기적으로 현 정부에는 한계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보를 위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논의돼야 한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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