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동네가 7시간 발칵… 실종견 꼬미 결국 찾았다 [개st하우스]

1년여 떠돌다 구조된 유기견 목줄 풀린 틈에 실내 빠져나가
SNS에 긴급히 알리고 도움 요청… 주민들 사진 댓글로 제보 잇따라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제가 구조한 유기견 꼬미가 임시보호(임보)자와 외출했다가 실종됐어요. 지금 미아사거리역 인근인데 다 같이 주변을 찾고 있어요.”

지난달 22일 제보자로부터 걸려온 다급한 전화 한 통. 1년여 떠돌이 생활 끝에 구조돼 임보자의 품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유기견 꼬미가 오후 6시쯤 서울 한복판에서 실종됐다고 했습니다.(국민일보 11월 6일자 17면 참조)

임보자가 안전한 실내라고 판단해 잠시 목줄을 풀어두었는데 문이 열린 순간 꼬미가 골목길로 뛰쳐나간 겁니다. 실종된 장소는 행인과 차량 이동이 많은 미아사거리 번화가. 도심에서 실종된 반려견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차도로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도 큰 상황. 금요일 늦은 밤이라 수색할 사람은 보호자 일행과 취재기자까지 5명뿐이었습니다.

이러다 꼬미를 영영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감을 한가득 안고 수색에 나선 지 7시간 만에 꼬미는 무사히 보호자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일등 공신은 꼬미 실종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실시간 제보였습니다. ‘불금’에 서울 도심에서 펼쳐진 한밤의 유기견 추적기를 소개합니다.

오후 6시, 반려견 실종…

꼬미는 유기견 시절 15㎞ 넘는 거리를 하루에 오갈 만큼 행동반경이 넓은 활동적인 강아지였습니다. 그래서 수색 범위를 넓게 잡았습니다. 미아사거리역에서 길음역, 성신여대입구역을 잇는 반경 3㎞ 구간입니다.

현장 수색 전에 SNS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에 실종 소식을 알리면 주민들이 제보하거나 집 주변을 수색해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수 인원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구조 확률이 높아집니다.

꼬미 보호자들은 인스타그램 계정, 페이스북 주민 커뮤니티, 인근 대학 게시판, 유기동물 플랫폼 포인핸드 등에 급조한 실종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2살 꼬미를 찾습니다. 갓 미용한 새하얀 강아지입니다. 실종 당시 하네스(가슴줄)를 착용하고 있으며 사람을 매우 잘 따릅니다. 몹시 날렵하므로 직접 잡지 마시고 발견 즉시 연락 바랍니다. 010-xxxx-xxxx.’ 혹시 모를 목격담을 기다리며, 수색 내내 휴대전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이후 일행은 뿔뿔이 흩어져 꼬미의 예상 경로를 훑었습니다. 기자는 자전거를 빌려 탔습니다. 미아사거리의 왕복 8차선 도로를 먼저 살피고, 거미줄처럼 뻗은 골목들을 뒤졌습니다. “꼬미야, 꼬미야” 목청껏 꼬미의 이름을 외치고 행인들에게 사진을 보여줬지요. 전문가들은 반려견을 잃어버린 직후 3시간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골든타임 3시간이 지나면 찾을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시간이 흘러도 꼬미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모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9시, 실종 3시간… 제보 이어져

‘이 친구 아닌가요? H형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네요.’

‘대박, 찾았다. 얘 맞아요! 위치가 어디인가요?’

‘정릉 A아파트 주변입니다.’

오후 8시10분쯤, 마침내 꼬미를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동네 주민 간의 중고거래 중개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통해서였습니다. 앱의 ‘동네정보’ 기능을 이용하면 중고거래 외에도 동네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제보글에는 길거리를 떠도는 꼬미를 포착한 사진도 담겼습니다. 새하얀 털에 하네스를 몸에 두른 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수색자들은 댓글이 제보한 모 아파트 인근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꼬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그새 다른 곳으로 이동한 모양입니다. 잠시 뒤 1㎞쯤 떨어진 ‘길음역 B아파트에서 방금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나도 돕겠다’는 주민 댓글이 달립니다. 기자도 바로 뒤쫓았지만 이번에도 꼬미는 없었습니다. 그새 어딘가로 또 달아난 모양입니다.

새벽 1시30분… 드디어 찾았어요
지난달 22일 실종 7시간 반 만에 보호자 품에 다시 안긴 반려견 꼬미. 제보자 제공

목격담을 따라갔다가 헛걸음하기를 너덧 차례. 목격 장소를 이어보니 이동거리가 10㎞에 이릅니다. 수색팀은 몸도 마음도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지속적인 제보와 응원 댓글 덕에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죠. 수색팀은 자정 넘어 ‘개운산 넘어 고려대역에서 봤다’는 마지막 제보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새벽 1시30분, 꼬미 실종 7시간30분 만에 마침내 사라졌던 꼬미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아, 너 여기 있었던 거니.

“일루와. 너 이 XX.”

꼬미를 발견한 건 첫 실종장소인 미아사거리에서 3㎞ 떨어진 고려대역 인근이었습니다. 꼬미 보호자는 구조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내내 응원해준 동네 주민과 누리꾼들에게도 구조 소식을 전했습니다. 얼마나 절박하게 꼬미를 찾아 뛰어다녔는지 꼬미 임보자 발바닥에선 피까지 나더군요. 꼬미를 만난 수색팀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온 것도 이해할 만합니다.

다행히 꼬미는 다친 곳 없이 무사합니다. 근데 이 녀석, 태평하기도 해라. 물 한 잔을 단숨에 비운 뒤 보호자의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한밤에 이 많은 사람이 너 찾는다고 꼬박 7시간 대소동극을 벌였는데…. 꼬미야, 그래도 용서해줄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잖니.

구조 이후 꼬미는

구조 며칠 뒤, 기자는 서울 왕십리의 꼬미 임보처를 찾아갔습니다. 임보자는 꼬미에게 이름과 비상연락처를 적은 인식표를 채워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실종 당시를 함께 되짚었습니다.

임보자는 “인식표를 달고 있었다면 그날도 금세 구조했을 것”이라며 “외출 중에는 절대 산책줄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정말 기적 같은 구조였다. 주민들의 제보가 아니었으면 꼬미를 절대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반려견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이렇게 하세요

-반드시 비상연락망을 적은 인식표를 달아주세요.
-외출 중에는 절대 산책줄을 풀지 마세요.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 외출에 주의하세요.
-반려견이 실종되면 주민 커뮤니티 기능이 있는 중고거래앱·온라인 커뮤니티·개인 SNS에 알리세요.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PD tell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