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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분교 논란

고세욱 논설위원


2010년 출간된 엄기호씨 저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작년 여름 알바로 호텔에서 서빙을 한 적이 있다. 지배인은 날 가혹하게 부려먹다 학교가 어디냐고 물었다. 연세대라고 대답하자 갑작스레 태도가 달라지며 자기 자식을 어떻게 공부시켜야 하느냐고 친절하게 묻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신촌 연대로 알아들은 것이기에 실망시키기 두려워 원주캠퍼스라고 말할 수 없었다.” 화자의 말 속에서 분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압축적으로 나타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올 4월 세종캠퍼스 학생을 교육자치국장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학내 커뮤니티에서 “고대생인 척 하지마라”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임명은 무효가 됐다. 분교에는 무시와 차별, 혐오의 딱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인화성 가득한 분교 논란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어코 불을 질렀다. 고 의원은 지난 13일 SNS에 ‘블라인드 채용법’ 필요성을 역설한 뒤 “당시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제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것이지만 지금의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과거 본인이 다니는 분교가 아니라 또 하나의 본교인 이원화 캠퍼스로 바뀐 점이 빠졌다. 국제캠퍼스 재학생들은 “모교를 블라인드 채용 아니면 취업조차 힘든 대학으로 폄하시켰다”고 발끈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인 사안이다. 고 의원의 경솔함이 크지만 재학생들의 과민 반응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은 이유다. 다만 ‘분교’가 얼마나 대학 사회에서 예민한 문제인지는 여실히 드러났다. 이쯤 되면 말 많고 탈 많은 분교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1970년대 말부터 수도권 분산 차원에서 생긴 분교는 취지와 달리 역효과가 두드러졌다. 본·분교 간 차별 의식, 갈등 확산에다 분교 학생에겐 자괴감과 무력감을 안겨줬다. 차기 정부가 40년 남짓 된 애물단지 제도에 메스를 대야하지 않나 싶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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