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합니까, 시민 안지키고” 잇단 부실대응, 경찰 뭇매

신고·구호신호 보냈지만… 참사 잇따라
경찰 나간 새 피해자 가족이 범인 제압
경찰청장 “국민 지키지 못해 깊은 사과”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가 대구에서 긴급 체포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낮 12시40분께 대구 소재 한 숙박업소에서 피의자를 체포했다. 뉴시스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

경찰청 홈페이지 첫 화면 구호는 인천 남동구 빌라에 사는 일가족과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있던 30대 여성에겐 먼 나라 얘기였다. 안전이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들은 경찰에 기댔지만 끝내 외면 당했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에서 경찰은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자는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토킹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은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구호 신호를 보냈지만 경찰이 헤매는 사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 경찰의 허술한 현장 대응 능력이 부른 참극이었다.

두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21일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사건에 대해 국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22일엔 전국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이 참석하는 긴급 화상회의도 연다. 경찰 수장의 사과와 수습 노력에도 ‘시민을 지키지 못하는 경찰’이란 비난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은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의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은 40대 남성은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흉기를 휘둘렀다. A순경은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제압하기보다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A순경은 “구조와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흉기를 휘두르는 현장에 피해자와 그 가족을 두고 이탈한 것은 국민 안전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 가족은 경찰 대신 부상을 당하며 범인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경찰 2명은 대기발령 조치됐고 감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인천 논현경찰서장은 직위해제됐다. 서장은 시민단체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도 당했다.

지난 19일 전 남자친구의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리던 30대 여성 B씨도 애타게 경찰을 기다렸지만 끝내 구조되지 못했다. B씨는 지난 7일 경찰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뒤 경찰로부터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경찰 스마트워치는 범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B씨 위치를 정확히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가해자를 마주친 B씨는 스마트워치로 다급하게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바로 출동했지만 위치 추적 오차로 다른 장소를 수색했다. 2차 신고가 들어오면서 경찰은 B씨 자택으로 수색 범위를 넓혔고 흉기에 찔린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했다. 첫 번째 신고 이후 경찰의 현장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12분이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부실 대응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경찰은 현행 위치추적 시스템의 한계상 오차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전 사례에서 기지국 위치값만으로는 정확한 위치 파악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조속히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판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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