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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스마트워치

고세욱 논설위원


스마트워치는 2015년 애플워치 출시로 대중화가 됐지만 세상에 나온 건 훨씬 오래전이다. 일본의 시계 제조사 세이코가 1998년 만든 러퓨터 프로(Ruputer Pro)는 각종 앱을 실행하고 일정 관리,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의 원조다. 나 홀로 혁신은 당시에 관심을 못 끌었지만 스마트폰 이후 웨어러블 시대가 펼쳐지며 뒤늦게 빛을 발했다. 시간의 흐름만큼 기능의 발전은 눈부셨다. 전화 받기, 문자 확인은 기본이고 건강 측정, 내비게이션 작동, 외국어 번역까지 손목 위에서 이뤄진다.

이 못잖게 각광을 받은 건 범죄 예방 기능이다. 스마트워치의 응급 버튼과 경찰 112 상황실이 연계되면 신속한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신변보호 대상자들에게 처음 지급된 스마트워치는 2016년 3299건에서 지난해 6801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첨단기기의 대량 보급으로 범죄로부터 안전해졌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기기 문제라기보다 이를 운용하는 경찰에 대한 불신 때문 아닐까.

실제 최근 몇몇 강력범죄는 스마트워치를 둘러싼 경찰의 허술한 대응으로 피해가 커졌다. 지난 7월 어머니의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제주도 중학생 사건은 피해자측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은 경찰이 재고가 있었음에도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 않은 가운데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부터 스마트워치 위치 확인 기능을 기존보다 100배가량 향상한 새로운 신변보호 시스템을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서울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두 차례 작동시켰음에도 경찰이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살해됐다.

경찰은 최근 권한도 세지고 처우도 개선되면서 선망의 직종으로 꼽힌다. 올해 경찰대 경쟁률은 92.4대 1, 경찰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19.9대 1이다. 그럼에도 흉기 든 범죄자를 보고 줄행랑을 치거나 스마트워치 신호를 듣고도 범행 현장을 못 찾는 등 한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주 업무인 경찰이 책임감 없는 배부른 돼지가 된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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