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프롬프터

오종석 논설위원


프롬프터는 카메라나 별도의 스탠드에 모니터를 설치해 출연자가 대사를 보고 읽거나 연기하도록 만든 장치다. 기자나 아나운서 등 방송 출연자가 프롬프터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보면서 방송을 제작하기 때문에 원고를 보고 읽는 부자연스러움을 해소해준다.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도 즐겨 사용한다. 일반인이 보면 통계 숫자까지 정확히 나열하며 완벽한 연설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말하는 속도에 맞춰서 준비된 프롬프터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연설가로 손꼽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투명한 프롬프터의 도움을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한 방송 주최 포럼에서 미래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섰으나 프롬프터가 작동되지 않아 2분 가까이 침묵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윤 후보는 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연설을 하려고 했으나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자 손을 모으고 어색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어색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뒤늦게 프롬프터가 작동하자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프롬프터 도움 없이 10분간 미래비전 발표를 마쳤다. 이 후보는 주최 측에 프롬프터를 안 쓰겠다고 밝혔고, 발언 당시 프롬프터가 켜져 있었지만 빈 내용이었다고 한다.

윤 후보 측은 ‘침묵 해프닝’을 두고 논란이 일자 “주최 쪽의 전적인 기술적 실수로 진행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치는 자기 머리로 해야 한다며 프롬프터 없이 연설도 못 하는 분이 대통령 후보라고 비꼬았다. 반면 국민의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던 만큼 기다리는 게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말실수로 여러 번 곤욕을 치른 윤 후보는 최근 각종 행사장에서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읽는 등 극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정치인이 꼭 임기응변에 능하고 말만 잘한다고 능력을 평가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해프닝에 대해 유권자는 어떻게 판단할까.

오종석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