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시작하기 전 이따금 고백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도하는 이가 교우들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기도를 드린 날이나 찬양대가 은혜로운 찬양을 드린 날이면 그렇습니다. 나누려는 말씀이 예배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은혜 중 덤이어도 좋겠다고 고백하곤 합니다.

때로는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 하나가 같은 본문을 열 번 설교하는 것보다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습니다. 샤갈의 ‘희생 장소로 가는 아브라함과 이삭’도 그런 그림 중 하나입니다. 모리아산으로 가는 두 사람이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제물을 상징하는 것이겠지요.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이삭은 벌거벗었고 제물을 태울 짐을 등에 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칼과 불을 잡았습니다. 두 가지 중 하나만 없어도 제물을 바칠 수 없는 도구, 그걸 아브라함이 잡고 있습니다.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두 사람의 눈입니다. 두 사람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온전한 헌신은 눈을 감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전합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젖어 드는 두 눈, 말이 사라집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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