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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 낭비 줄이고 업무 효율적… ‘영구 재택’ 솔솔

재택은 이제 실험 아닌 상시적 근무형태
직장인은 삶의 질 향상·기업은 비용 절감
글로벌 기업들 속속 도입… 국내도 적극적

올해 초에 한 IT기업으로 이직한 박모(30)씨는 입사한 이후 6개월가량 회의 참석, 장비 수령 등으로 두세 번 방문한 걸 제외하고 회사에 가본 적이 없다. 박씨의 회사는 연말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할 방침이다.

박씨는 “출퇴근에 버리는 시간이 없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땐 업무 중간에 처리해도 되는 등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면서도 “다만 확실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종료되더라도 주1, 2일 정도만 본사에 출근하고 싶다. 만약 주3일 이상 출근해야 한다면 이직을 고려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회사원의 전형적인 업무 모습을 바꿔놓았다. 재택근무가 실험이 아닌 하나의 근무형태로 영구 정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재택근무를 유지한다는 기업이 등장한다. 직장인들도 삶의 질 향상, 거주 자유 등의 관점에서 기대감을 보인다. 하지만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재택근무가 상시적 근무형태로 자리 잡으면 직군·연령별 임금 차이나 고용안정성 격차가 벌어진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영구 재택, 비대면 원격근무 잇따라 도입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 포드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유지’를 발표하고 있다. 아마존은 내년에도 출근 일수를 자율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회계업체 PwC는 고객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 근로자 4만명 전원에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기업에서도 영구 재택근무의 싹이 모습을 보인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최근 국내 대기업 최초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직원들은 전일 완전재택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날만 출근할 수도 있다. 1년 동안 시범운영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재택근무와 조금 다른 ‘비대면 원격근무’를 적극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원격근무 실험의 주된 목적은 창의성 계발과 생산성 향상이다. CJ ENM은 지난달부터 시범운영하는 거점오피스 ‘CJ ENM 제주점’을 내년 2월부터 정규 인사제도에 포함할 계획이다. 직원들은 기존 업무를 한 달 동안 장소만 바꿔 이곳에서 수행한다. 한화생명도 지난 7월부터 강원도 양양 브리드호텔의 1개층 전체를 업무 공간으로 꾸며 원격근무를 진행 중이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최소 1주일부터 최대 한 달까지 바다를 보며 일할 수 있다.

기업, 비용 절감… 근로자, 시간 효율 관리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장점으로 출퇴근 시간 단축 등 효율적 시간 관리를 꼽는다. 기업은 사무실 운영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본다. 호주 건강보험회사 NIB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주4일 이상 원격근무를 권장하면서 시드니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사무실 건물 중 1곳의 2개층을 포기했다. 영국의 최대 민간은행 로이드(Lloyds)뱅크는 최근 전략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직원의 약 80%가 재택근무가 혼합된 형태로 근무하고, 2023년까지 사무실 공간이 누적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택 활성화로 직장인의 외곽 거주가 가능해지면서 도심 인구과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강 등을 이유로 은퇴하는 노인 인구가 줄고, 노인 노동이 더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재택근무가 자리 잡기를 원하는 목소리도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 초 설문조사를 했더니 성인의 39%가 유연성이 제공되지 않는 직업을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처우·임금·고용안정성 격차 등 불이익 우려

그러나 재택근무 여부에 따라 노동자 사이에 처우·임금 격차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년 1월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한 구글은 재택근무를 선택할 경우 근무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새 임금체계를 개발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근무자가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도시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최대 25%까지 급여를 깎일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도 생활비가 싼 지역으로 이주한 원격근무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보육 등으로 재택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영국 통계청이 코로나19 이전인 2011~2019년 연간인구조사 데이터와 2020년 설문조사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재택근무자는 2012~2017년에 다른 직원들보다 승진 가능성이 절반 미만으로 나타났다. 주로 재택근무를 한 직원은 2013~2020년에 재택근무를 한 적이 없는 직원과 비교해 상여금을 받을 가능성이 약 38% 낮았다. 특히 직군이나 직종 간 고용안정성, 장기근로 가능성 등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재택근무의 혜택을 누리는 게 관리·전문직 등 일부 직종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고 특히 MZ세대 직원들의 요청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로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늘 것”이라면서 “지금은 과도기인 만큼 한동안 3+2(출근 주3일, 재택근무 주2일), 4+1 등 하이브리드 근무가 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면 서비스가 필수인 의사, 간호사 등의 직종은 재택근무가 어렵기에 직군 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무실 근무를 원하는 임원과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 간 세대갈등,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과 어려운 직군 간 노노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건 또 다른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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