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순흥 (15) 연공서열 버린 ‘테뉴어 제도’… 교육의 질·성과 높여

미 유수대학처럼 최고 교수진 확보 위해
서열 관행 따르지 않고 심사 강화하자
좋은 교수 많아지고 예산도 7배 급성장

장순흥(오른쪽 다섯 번째) 한동대 총장이 2006년 7월 서남표(오른쪽 일곱 번째) 카이스트 총장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단상에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이임사를 밝히고 있다.

47세이던 2001년부터 카이스트 기획처장을 시작으로 학교 주요 보직을 맡았다. 당시 홍창선 총장님이 재직 중이었는데 나노 시대가 시작됐다. 카이스트는 나노펩(나노종합기술원)을 유치했다.

2004년에는 의과학대학원을 유치했다. 연구를 원하는 의사들을 뽑아서 의사들의 연구 능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 또한 정문술 선생의 기부를 통해 바이오시스템학과(현 바이오 뇌공학과)를 설립해 바이오와 IT를 처음으로 융합한 학과를 만들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두 분의 외국 국적의 총장을 모시면서 대외부총장과 교학부총장으로 일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의 로버트 러플린 총장 때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카이스트는 연간 200억원씩 5년간 총 1000억원의 국고를 유치했다. 이 사업을 통해 교수의 테뉴어(정년보장) 제도 강화, 영어강의 강화, 건물 개보수까지 했다.

후임 서남표 총장도 개혁 사업에 앞장섰다. MIT 출신의 서 총장은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에 큰 개혁을 이뤘다. 일부에서는 서 총장의 강력한 개혁 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분 이후 대학 교육의 질이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가장 힘들고 기도도 많이 했던 과업은 교원 테뉴어 및 혁신적인 교원 임용 시스템이었다. 반대도 심했고 갈등도 컸기에 스트레스가 컸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대학은 이미 최고의 교수진 확보를 위해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고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는 상위 20%만, 스탠퍼드대는 20~30%만 테뉴어를 보장했다. 반면 한국은 연공서열에 따른 혜택 관행 때문에 심사 통과율이 100%에 육박했다.

2007년 테뉴어 제도를 시행했는데, 한번은 심사 대상자의 3분의 1을 재계약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재계약을 못 한 교수들은 다른 대학으로 추천하거나 초빙교수를 맡기는 등 후속 조치에 신경 썼다. 교육의 질과 성과는 상승했고 훌륭한 교수가 더 많이 임용됐다.

당시 교수가 400여명이었다. 서 총장은 늘 “학과 교수 정원을 없앨 테니 좋은 후보가 있으면 다 올리라”고 했다. “장 부총장님, 좋은 교수를 뽑으면 연구비를 많이 벌어옵니다. 재정적으로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사람만 좋으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교수는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지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수는 오히려 자산입니다.” 나와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후 교수 자원이 600명으로 늘어났다.

내가 처음 보직을 맡은 2001년만 해도 카이스트의 예산이 1000억원이었지만, 2010년엔 7000억원에 육박했다. 양적으로 10년 사이에 7배 성장을 이룬 것이다.

외국 학자의 눈에는 한국의 고등학생, 특히 고3 학생들은 너무나도 불행해 보였다고 한다. “장 부총장님, 한국 학생들은 온종일 학교 교육을 받고도 학원 수업에 과외까지 받고 새벽 2~3시 지쳐서 잠들더군요. 부총장님이 직접 대학 입시 제도를 개혁해 보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학 입시 개혁을 담당했고 그때 탄생한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 제도였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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