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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뒤편의 그림자… 여자배구 ‘변화 요구’ 역풍

IBK 사태 파문 확산
구단, 복귀 불응 조송화 임의해지 나서
김연경 “겉은 화려, 안은 썩고 곪아”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이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3대 0으로 흥국생명을 완파해 김 대행은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김 대행은 IBK기업은행발 ‘무단이탈’ 후폭풍의 중심에 서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여자배구가 IBK기업은행발 ‘무단이탈’ 후폭풍으로 시즌 초반부터 휘청이고 있다. 이탈 선수와 코치에 휘둘려 구단이 감독·단장을 동시에 경질하면서 배구 관계자들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비판하고, 팬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배구여제 김연경은 일련의 사태를 겨냥한 듯 “겉은 화려하지만 안은 썩고 곪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선수가 구두로 임의해지에 동의했기 때문에 서면요청에도 응할 줄 알았는데 심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거부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전날 SNS를 통해 한국배구연맹(KOVO)에 조송화의 임의해지를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송화는 서남원 전 감독과 갈등으로 두 차례 팀을 무단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의 복귀 요청에도 응하지 않자 임의해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KOVO는 IBK기업은행의 선수 임의해지 공문을 반려했다. KOVO는 이날 “선수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아 관련 규정에 따라 임의해지 신청서류 미비로 판단해 반려했다”고 밝혔다. KOVO 규약 52조는 선수가 계약기간 중 자유의사로 계약 해지를 원하는 경우 구단에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신청하도록 했다. KOVO 관계자는 “구단이 ‘구두상 요청’만 있다고 해서 서류 보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임의해지는 구단 동의 없이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걸 막아 무기한 자격박탈에 준하는 징계 수단으로 악용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수 권익 보호와 공정한 계약문화를 위해 선수의 자발적 서면동의가 있어야 임의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게 했다.

올림픽 흥행 이후 인기몰이 중이던 여자배구로선 IBK 논란이 아프다. IBK기업은행 구단은 팀 내 갈등 책임을 물어 감독·단장을 경질하면서 봉합에 나섰지만 팀을 떠난 선수와 코치에는 복귀를 요구해 후폭풍이 일었다. A구단 감독은 “어느 직장에서 무단이탈한다고 회사가 가서 돌아오라고 읍소하냐”며 “나쁜 선례를 남겼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팀을 이탈했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한 게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구단은 전날 “감독 및 수석코치 동시 부재로 김사니 코치의 임시 대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신임 감독이 선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한 배구 관계자는 “팀을 이탈한 사람은 징계위에 앉혀야지 벤치에 앉히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다른 코치가 있는데 왜 꼭 김사니여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B구단 감독은 “구단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니 조심스럽다”면서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지도자로선 납득이 전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배구 팬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날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 앞에는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 퇴출을 요구하는 트럭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온라인 커뮤니티 팬들 주도로 이뤄졌다.

김연경은 IBK 사태를 염두에 둔 듯 트위터에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라고 썼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을 이끌었던 김연경은 이번 사태를 염두에 둔 듯한 글을 올렸다. 그는 SNS에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이라며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썼다. 이어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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