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vs 시대 흐름, ‘돈 버는 게임’ 공방

국내 게임사들 ‘NFT 게임’ 개발 발표에 정부 “불가” 고수


게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플레이하는 재미’가 아닌 ‘돈을 버는’ 목적의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며 숱한 화젯거리를 낳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는 환금성(돈으로 바꾸는 행위) 게임에 대해 ‘서비스 불가’라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정부와 국회, 게임 업계에선 게임의 정의와 목적을 따져보는 일로 한창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복수의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대체불가토큰(NFT)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록체인 게임의 정의는 광범위하지만,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한 NFT 게임은 게임 내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NFT화하거나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로 변환해 게임 밖 거래소에서 팔 수 있는 형태를 일컫는다. 이 게임은 아이템, 캐릭터, 재화 소유권은 서버 관리자인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있다.

NFT 게임을 수년간 준비한 위메이드는 지난 8월 ‘미르4’라는 게임을 해외 시장에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 게임은 게임 캐릭터와 자원을 가상 토큰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동시접속자 130만명을 넘어섰다. 코스닥에 상장한 위메이드 주가는 석 달 새 10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게임 재화는 암호화폐로 변환해 코인 거래소에서 팔 수 있고, 캐릭터 거래 사이트도 별도로 존재한다. 위메이드에선 미르4를 ‘Play to Earn(P2E, 돈 버는 게임)’이라고 지칭한다. 위메이드의 성공 스토리가 공개되자 국내 게임사들은 IR에서 NFT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너도나도 공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NFT 게임 출시에 난색을 표시한다. 법을 바꾸지 않는 한 NFT 게임은 출시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국내 게임 관련 심의체인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은 지난 20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관인으로 나와 “영화와 달리 게임에는 사행성 관련 규정이 있기 때문에 (NFT 게임 허가를) 임의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게임법상 NFT 게임은 사행성, 환금성 규정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7월 열린 블록체인 토론회에서 송석형 게임위 등급서비스 팀장은 “게임을 열심히 해 얻은 아이템을 NFT 등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면 경쟁과 상호작용, 성취감, 협동심은 희미해지고 이용자들은 점점 게임 이용의 결과물을 어떻게 재산상 이익으로 극대화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의 목적이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아닌 ‘돈을 버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선 NFT 게임이 ‘시대의 흐름’이라며 단순한 논리로 막는 건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지난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1’ 현장에서 “P2E(돈 버는 게임)는 누가 비판하고 문제라고 못 하게 한다고 해도 게임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흐름은 어느 누구도, 어느 정부도, 어느 회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게임법은 게임 내 재화가 밖으로 나오면 그걸 사행이라고 본다. 게임 자체의 성격이 사행성이 없어도 말이다. 결국 게임법에서 규정하는 사행성의 정의를 바꿔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없다. 엄청난 토론이 필요하고,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당 논란은) 여러 쟁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게임이 목적이 되느냐, 수단이 되느냐를 다루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게임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게임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NFT 게임도 풀어줘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NFT 게임엔 슬롯이 없는데 어떻게 사행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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