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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썰렁한 전두환 빈소

라동철 논설위원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조문 이틀째인 24일에도 썰렁했다고 한다.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조문객을 받았은데 첫날엔 300여명이 찾았고 어제도 발걸음이 한산한 편이었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신군부와 5공화국 정권에 적극 가담했던 인사들이 찾았을 뿐 현역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의 애도 행렬도 미미했다. 전직 대통령의 빈소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라했다.

빈소는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망자에게는 관대해지는 게 우리 문화인데도 애도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기류가 형성된 것은 전 전 대통령이 아주 잘못 살았다는 방증이다. 그는 12·12군사반란을 주도해 군권을 장악하고 5·17 비상계엄 확대로 정권을 찬탈해 7년여간 철권 통치를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됐고 영문도 모른 채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죽거나 갖은 고초를 당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신군부 정권은 언론을 통폐합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고 민주 인사들에 대한 사찰, 불법 구금, 고문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과 공안기관원들에게 끌려갔다가 엉뚱한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의문사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의 집권 기간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암흑기였다. 그런데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과오를 반성하지도,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자신을 정당화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니 그에 대한 여론이 쌀쌀할 수밖에.

신군부의 또 다른 주역으로, 지난달 세상을 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진 것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고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도 모두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와 인연이 있는 이들조차 조문을 망설이는 모양새다. 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할 최소한의 명분조차 만들어주지 않고 세상을 뜬 그가 자초한 현실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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