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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부 여론조사에 세금 56억 쓴 청와대, 내용은 공개 안해

“정치목적 아닌 정책 여론 파악용”
여론조사 악용 前 정부 선례 감안
끝난 조사결과 공개 등 투명화 필요

사진=뉴시스

청와대가 자체 여론조사를 위해 지난 4년여간 50억원이 넘는 세금을 지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청와대는 “중요 보안 사항”이라며 조사 내용과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년 여야 대선 후보 지지율을 포함한 정치적 목적의 조사는 일절 하지 않고,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동향 파악을 위해서만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적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조사 업체와 계약 비용, 조사 내용과 목적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청와대 내부 여론조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문재인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한 이후 지난 9월까지 4년5개월간 ‘정기 국정 지표조사’ 등의 명목으로 56억6700만원을 썼다. 수백건에 달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이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당초 정무수석실이 전담했던 여론조사는 지난해 1월 기획비서관실 신설 이후 정무와 기획라인이 나눠 맡고 있다. 청와대는 여론조사업체의 매출과 규모, 실적을 바탕으로 조사업체를 정해 연간 계약을 맺는다. 해당 업체가 청와대의 용역을 받아 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전달하면 참모들이 이를 정리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당초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주기적으로 파악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4월 이철희 정무수석 임명 이후 핵심 이슈 위주의 조사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최저임금과 재난지원금,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등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국면에서도 내부 조사를 활용했다.

조사 결과 언론법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게 나왔고, 이를 근거로 청와대가 여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여론조사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여론을 파악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여론조사를 악용했던 전임 정부의 선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론조사의 일부 내용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진박’ 후보를 공천하려는 의도로 120회에 걸쳐 내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국가정보원에 조사 비용 5억원을 대납시켜 논란을 빚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은 2017년 11월 검찰 조사로 뒤늦게 밝혀졌다.

앞서 2018년 9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청와대의 여론조사 공개 필요성이 거론된 바 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당시 “투명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여론조사 관련 사항을 여전히 비공개로 처리하고 있다.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이미 끝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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