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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언성 높이다 못쓴 표준계약서, 연말 택배대란 오나

화물사고 책임소재 등 두고 이견
한 달째 택배업 등록 승인 못 받아
당국 “연말까지 최대한 조율할 것”


택배시장 점유율 85%(한국통합물류협회 2020년 기준)에 육박하는 빅4(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택배) 택배회사가 표준계약서 문제로 정부의 택배업 등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애초 등록 기한(지난달 27일)을 한 달 가까이 넘기면서 배달 물량이 몰리는 연말 연초 ‘택배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기사 과로사, 고용 불안정 등 해결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택배업은 등록제로 전환됐으며, 이에 따라 정부 등록 허가를 받지 못하면 택배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와 4개사는 지난 5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각 사의 표준계약서를 두고 논의했으나 서로 언성을 높일 정도로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택배사와 택배 영업점 사이 외에도 영업점과 택배 기사 사이의 표준계약서까지 생활물류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택배사는 영업점과 택배 기사 간 계약은 제3자들 간 계약이라 회사가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계약서에서 문제가 되는 쟁점은 크게 2가지다.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택배사들이 제출한 표준계약서 중 화물사고 책임소재와 관련된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외부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 택배사가 영업점에, 또는 영업점이 택배기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검토에 참여한 외부 변호사는 “택배 기사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게 생활물류법 취지인데 이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수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를 6년간 해고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쟁점이다. 국토부는 ‘영업점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반면 택배사 측은 “택배 기사들이 문제를 일으켜도 6년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택배사들이 끝내 택배업 등록을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택배업을 못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부는 연말까지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등록 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면서도 “사회적 피해가 너무 커질 수 있어 최대한 조율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공원형 아파트 단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택배 갈등을 해결하고자 정부가 지난 5월 발족한 사회적 협의체도 택배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초 마지막 회동을 끝으로 더 이상 협의체 회의 약속이 없는 상태다.

택배 노사는 시설 훼손 등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이 허가되지 않아 택배 기사가 단지 밖에서 하차해 각 세대에 직접 물품을 배송해야 하는 공원형 아파트의 경우 3자 배송시스템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추가 인건비를 어떻게 부담할지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새 배송시스템을 도입하면 택배 기사들이 건당 800원씩 받는 수수료에서 일부를 떼어 3자 배달원에게 줘야 하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사가 수수료를 올리거나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택배사 측은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신용일 이형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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