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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해지’ 바뀐 취지, 이해 못 하는 구단

구단 “선수가 역이용 가능성” 주장
법조계 “주도권은 구단 아닌 선수 징계와 임의해지 명확히 구분해야”
표준계약 위반 땐 손해배상 책임

서남원 전 감독과 갈등으로 팀을 이탈한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가 최근 구단의 임의해지 서면신청서 요청을 거부하고 복귀 의사를 밝히자 구단은 23일 “함께할 수 없다”며 관련 규정을 감안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동료들과 환호하는 조송화(왼쪽). IBK기업은행 배구단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에서 벌어진 조송화 무단이탈과 임의해지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구단은 행정 미숙을 인정하면서도 무단이탈 선수의 제도 역이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관련 질의를 했다고 밝혔다. 새 표준계약서 작성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구단이 제도 자체를 이해 못 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IBK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선수가 (표준계약서의 임의해지 제도를)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문체부에 관련 질의를 했다”고 말했다. 조송화의 임의해지 서류를 한국배구연맹(KOVO)에 제출했다가 선수 서면신청 미비로 반려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문체부는 지난 6월 임의탈퇴 제도를 임의해지로 바꾸는 걸 골자로 하는 새 표준계약서를 고지했다. 프로배구는 이 표준계약서가 시행되는 첫 프로종목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임의탈퇴 제도로 인해 선수단에서 제외되고 이적조차 발이 묶인 당시 현대건설 소속 선수 고유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 삼아 해당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IBK기업은행은 앞서 조송화의 구두 동의를 근거로 KOVO에 선수 임의해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조치를 두고 새 계약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의해지 신청 주체가 구단이 아니라는 게 첫째 이유다.

당시 연구용역에 참여한 법조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선수가 원할 때 구단의 서면동의를 얻어서 하라는 것이다. 구단이 주도권을 쥐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래는 선수가 단독으로 신청토록 계약서를 다듬으려 했지만 구단 동의가 형식적으로라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가 바뀐 제도를 역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질의도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에게 잘못이 있어도 징계와 임의해지 절차는 구분해야 한다”며 “임의해지는 순수하게 선수가 당장 스스로 뛸 수 없다고 할 때 그럴 방법을 남겨놓자는 것이다. 제도를 역으로 이용했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구단의 입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임의해지가 징계로 사용되는 걸 개선하려고 제도를 고친 것이다. 선수 동의 없이 임의해지가 이뤄지는 건 취지상 맞지 않는다”면서 “선수의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조송화 건의 경우 표준계약서 조항을 적용해 손해배상 청구나 소송을 걸 수 있다. 선수 연봉의 몇 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표준계약서 제 24조는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본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의 종료 여부 및 종료 사유를 불문하고 그로 인해 상대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외 가능한 선택지는 계약해지를 통한 방출이나 복귀 후 내부 징계다. 계약 해지할 경우 구단은 잔여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조송화는 지난해 4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총액 2억7000만원 계약으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복귀 후 출전정지 역시 계약해지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징계 후 출전을 시킬 경우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임의해지 관련 조치가 행정미숙을 드러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와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KOVO 등의 관계규정을 감안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KOVO 관계자는 “아직 구단 측에서 구체적으로 문의해온 건 없다”면서 “구단 측이 제시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정해 대비책을 내부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IBK 관계자는 “문체부에 임의해지 등 선수 조치 방안에 대해 질의했고, 계약해지나 손해배상 청구 등에 대해 답변을 받았다”며 “이에 근거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이 임의해지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구단들이 재인식할 기회라는 평도 있다. 임의해지 제도를 과거의 임의탈퇴처럼 활용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는 임의해지 제도를 선수를 묶는 용도로 쓰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표준계약서 상 선수 의무 조항을 근거로 징계할 수는 있지만 임의해지는 그런 용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효석 권중혁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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