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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 왜 다이어트에 관한 책은 잘 팔릴까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그가 처음부터 뚱뚱했던 건 아니다. 갓 태어났을 때는 적정 체중이었고 어린 시절에도 약간 통통한 정도였다.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여기에 환경적 변화나 트라우마의 발현 같은 복잡한 요인이 있었을까. 아니, 이유는 단순했다.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뚱뚱한 자신의 체형으로 인해 연애가 어렵다는 걸 깨달은 날부터 살빼기에 돌입, 온갖 시도를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를 듣는다. 자신보다 더 뚱뚱했으나 이제는 날씬하다 못해 빼빼 마른 모습으로 나타난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운동 없이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백 퍼센트 성공이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는 거다. 유일한 단점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건데. 글쎄, 남자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된 이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아,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지”였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그동안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어느새 아연해질 만큼 몸무게가 늘었다고 토로했다. 정말 그런가. 내가 보기엔 딱히 더 뺄 살이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살쪘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은데. 미적으로 기쁨을 주는 유형의 외모를 갖기 위해 강박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대부분 다이어트는 건강해지겠다는 목적보다 예쁘고 멋져 보이기 위해 행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필수적인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신체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 나 역시 ‘기적의 다이어트’ 운운하는 책을 읽고 따라 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의사이자 비만 연구 전문가인 앤드루 젠킨스는 대부분 다이어트 관련 도서가 팔리는 메커니즘에 관해 자세히 밝혀 두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책에 나온 대로 섭취 열량을 줄이기 시작한 이후로 몇 주 동안은 보통 3~7㎏이 빠진다. (2)이러한 변화를 겪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지며 책이 팔려나간다. (3)출간 후 몇 달이 지나면 다이어트를 시도했던 모든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거나 체중이 더 늘어난다. (4)하지만 다들 자신의 의지력이 약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고 또 다른 다이어트 책을 찾아다닌다. (5)이런 식으로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것은 비만이 되도록 효과적으로 몸을 훈련시키는 셈이다. (6)그에 맞춰 다이어트 책은 6개월에서 12개월 간격으로 끊임없이 출간된다. 즉 “어떤 다이어트를 하든 단기적으로 체중은 빠진다. 다만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이다”라는 얘긴데 그 이유는 여기에 한두 줄로 요약하기 어려우니 젠킨스 책 ‘식욕의 과학’에서 탐구해 주기 바란다.

다시 처음의 남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친구의 말만 듣고 찾아간 곳에서 만난 것은 한 마리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엉겁결에 다이어트를 승낙한 남자의 등에 매달려 있다가 그가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홱 낚아채서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고 그에게는 겨우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만을 허용했다. 그가 원숭이의 심기에 거슬리는 짓을 하면 가차 없이 구타가 자행돼 남자는 점차 살이 빠지게 되는데.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 조지 마틴은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의 교훈은 ‘어떤 이유에서든 단기간에 살을 빼려고 무리하면 몸은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틀림없이 반격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나도 ‘덜’ 먹는 게 아니라 ‘잘’ 먹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울러 ‘기적의 다이어트’ 같은 자기계발서보다 마틴의 소설 쪽이 더 도움이 됐다는 점도 굳이 밝혀 두고 싶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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