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세상만사] ‘자연인’ 정용진과 ‘부회장’ 정용진

문수정 산업부 차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우리나라 유명 셀럽 중 한 명이다. 그의 많은 것이 화제가 된다. 야구단 SSG랜더스 창단이나 이베이코리아 인수 같은 경영의 영역뿐 아니다. 그가 입은 옷, 만든 요리, 찾아간 공연, 취향과 취미까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물론 굴지의 기업을 운영하는 재벌가 2~3세는 대부분 셀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의 행보도 늘 관심을 끈다. 정 부회장은 이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사적인 영역을 스스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많은 이에게 꽤 익숙해져서 새삼스러울 게 없을 정도다.

현재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스타다. 그가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스타 계정의 팔로어는 72만명에 이른다. 그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뉴스를 통해 전해지곤 한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지만 2016년까지 페이스북에서 활동했고,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도 등장했다. 빠르게 적응했고, 오랜 유저였으며, 여러 곳을 거쳤다.

소셜미디어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면 팔로어들과 관계가 쌓인다. ‘좋아요’를 수줍게 주고받던 시기를 지나 신뢰와 지지에 기반을 둔 팬덤이 만들어진다. 셀럽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출발해도 첫걸음은 대개 조심스럽다. 하지만 열광하는 팬덤이 생기면 셀럽은 안전지대를 훌쩍 벗어나 과감한 시도도 감행한다. 팬덤이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그 비상은 위험하기도 하고 유용하기도 하다. 정 부회장 또한 날개를 달았으나 지난해 상반기 정도까지만 해도 조심성을 잃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의 부회장, 다자녀를 둔 아버지, 다양한 취미를 가진 남성이라는 틀 안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요컨대 대중적이었다. 그 모습은 대체로 유쾌하게 수용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팬덤이 공고해지면 안티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대중성에서 벗어나 특정한 방향으로 강화되는 경우 더욱 그렇다. 지금 정 부회장은 안티를 대거 양산하고 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과의 친분을 드러내고, 반중(反中)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다. 극우를 거부하는 이들이 그를 거북해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그룹 계열사의 중국 경영 활동을 걱정하는 이들은 탐탁잖은 시선과 우려를 보낸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자유로운 표현은 민주 시민의 권리다. 아무도 정 부회장에게 자유로운 표현을 금할 순 없다. 하지만 그건 ‘자연인’ 정용진에 한해서만 그렇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는 조심성과 사려 깊은 방식이 요구된다. 기업 수장의 경솔한 발언은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말 한마디는 불매운동으로 번지기도 한다. 요즘처럼 대안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 대기업도 휘청일 수 있다. 경영상 위기는 정용진 개인의 위기로 그치는 게 아니다. 신세계그룹의 모든 종사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주주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팬덤에 고무됐다면 안티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한다. 자유는 책임감을 요한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개인적인 일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룹 차원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도 해봄 직하다. 만일 오너가(家) 출신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한 상황일까. 신세계 계열사 대부분은 증권시장에 상장한 회사고, 정규직 직원만 약 70만명에 이른다. 수많은 주주의 이익과 고용된 근로자의 삶이 얽혀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오너리스크를 언제까지고 사적인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