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귀재’ 숄츠 차기 獨 총리, 이번엔 ‘메르켈 따라하기’

연정 출범 앞 ‘이미지 만들기’ 총력
제스처·대화방식 대놓고 벤치마킹
허약함 아닌 안정된 모습 부각 전략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 앞서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이 이날 새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이번 각료회의는 메르켈 총리의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내달 초 취임하는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63) 차기 독일 총리가 무려 16년간 집권하며 독일과 유럽연합(EU)을 이끌던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에 대한 ‘벤치마킹’에 나섰다. 9월 총선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지만 의석수가 모자라 두 달 이상 연정 협상을 치렀을 정도로 허약체질인 점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숄츠가 독일 정치의 불안정성을 불식시키기 위해 메르켈만큼이나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독일 현지 언론들은 SPD가 같은 좌파 성향의 녹색당, 우파인 자민당과 ‘신호등’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타전하면서 “3개 정당 구성원들이 향후 10일 이내에 3당 간 합의를 승인하는 대로 차기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호등 연정을 이끌 숄츠는 독일 정계에선 오래전부터 ‘변신의 귀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온화하면서도 때로는 단호한 결정에 한 치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던 메르켈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따라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대국민 제스처, 대화 방식도 벤치마킹하는 중이다.

독일의 유명 정치평론가 로빈 알렉산더는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메르켈만큼이나 유능하며 결코 승리에만 도취된 포퓰리스트가 아니란 점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면서 “그의 정치 경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고교 때부터 SPD 당원이었던 숄츠는 40년이 훌쩍 넘는 정치 경력 동안 수도 없이 자신의 정치 지향을 바꿔왔다.

정치 경력 초기 그는 SPD에서도 가장 좌파에 속했던 인물이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노동자였던 집안에서 태어난 숄츠는 20대 후반까지 노동자 권리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친노동정책의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연방 의회에 진출했다.

그러나 막상 의원이 되자 그는 강경 좌파 꼬리표를 버린다. 2005년 SPD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집권해 ‘독일판’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이자 이를 강력 지지하고 나선다. 기업의 근로자 해고를 쉽게 만들어주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정책인데 자신의 신념을 꺾은 셈이다.

그는 SPD 당수로서 이 정책에 반대하는 강경 좌파 세력을 진압하며 ‘SPD=온건 중도 진보’ 등식을 완성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그는 SPD 사상 두 번밖에 없었던 CDU와의 연정에 두 번 다 참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도 현 메르켈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때문에 SPD 내부에선 “자신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선 당의 정체성조차 내다버릴 인물”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독일 경제와 EU 재정에 결정적 권한을 지닌 차기 정부 재무장관 자리에 같은 당 소속 인사가 아닌 우파 성향의 자민당 크리스티안 린트너 당수를 앉히기로 결정한 것도 그의 실용주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NYT는 “숄츠는 1위 프로축구팀 전술을 비디오로 분석하며 새로운 1위를 준비하는 다른 축구팀 감독처럼 정밀하게 CDU를 벤치마킹해 왔다”며 “CDU·CSU 연합의 성공과 실패를 꼼꼼하게 살피며 앞으로도 카멜레온처럼 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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