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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영끌’한 박씨, 매달 100만원 넘게 ‘원리금 폭탄’

가계 빚 1845조원 중 52.5% 주담대
실질 대출금리는 1.03%P 오를 듯
가구당 연 이자 149만원 추가 부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던 기준금리가 1%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0.5%) 이후 20개월 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6월 금리 연 3.5%·3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2억원을 받아 서울 용산구에 조그마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박모(36)씨.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한 박씨는 최근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고 기준금리마저 인상되며 착잡한 심정이다. 지금도 이미 다달이 90만원 가까이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는데,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월 상환액이 10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1.00%로 인상하면서 가계 이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집값 폭탄’이 무서워 집을 샀더니 이제는 ‘이자 폭탄’에 시달리라는 것이냐”는 한탄이 나온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의 ‘2021년 3분기 중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가계부채 잔액은 1845조원이었다. 이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금액은 969조원(52.52%)으로 절반이 넘었다. 가계부채 총액과 주담대 잔액 모두 사상 최고치다. 증가액으로 보면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112조7000억원 늘었는데, 이 중 주담대가 58조5000억원(51.91%)을 차지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폭증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올라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돈을 빌린 사람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기준금리 인상·물가 불안이 가계 대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 실질 대출금리가 1.03%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연간 가계이자 부담액은 17조5000억원 늘고 1174만 가구가 가구당 149만1000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 역시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8월 0.25% 포인트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 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작년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난다.

박씨처럼 연 3.5% 금리로 30년 만기 주담대(원리금균등상환)를 받은 대출 수요자의 월 이자 부담액은 현재 58만원 수준(초회차 기준)이지만, 금리가 연 4.5%로 오르면 이 금액은 75만원으로 오른다. 원리금을 합치면 월수입 중 100만원 이상이 빚을 갚는데 나가게 된다.

여기에 조만간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1%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다음 해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발 직전까지 한은은 기준금리 1.25%를 유지해왔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규제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대출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지속되며 KB국민은행(5.28%), 하나은행(4.77%) 등은 지난해 말 대비 증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지만, NH농협은행 같은 경우 가계대출 증가율이 여전히 7%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당국의 규제가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공급망 마비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요인이 겹치면 국내 대출 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은 훨씬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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