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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노욕일까, 식지 않은 열정일까

남도영 논설위원

국민DB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78세이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자민련 비례대표 1번을 셀프 공천했다. ‘노욕’이라는 비판이 일자, “해는 저물면서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는 말을 남겼다. JP의 마지막 정치는 서쪽 하늘을 물들이지 못했다. 자민련은 비례대표를 한 석도 얻지 못했고, 10선에 실패한 김 전 총리는 정계를 은퇴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73세이던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비례 2번에 내정됐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14번으로 순번을 옮겼다. 손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 된다는 ‘노욕’보다는, 개헌을 해야겠다는 ‘야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 전 총리와 손 전 대표의 변명이 은유적인 서사였다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항변은 강렬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시절 비례 2번을 받았다. 당내에서 “셀프 공천” “노욕”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사람을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이라며 화를 냈다. 어쨌든 김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 5선에 성공했다.

공자는 청년 시절엔 여색을, 중년 시절엔 투쟁을, 노년 시절엔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며 ‘군자삼계(君子三戒)’를 강조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노년의 탐욕을 노욕이라 비판하지만, 어디까지가 탐욕이고 어디까지가 노년의 열정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결과가 좋으면 노욕은 노익장이 되고 경륜이 된다. 선거 때마다 여야 정치인들이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는 것도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81세인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 참여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그는 자서전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오해든 비난이든 칭찬이든 일체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50년 정치 인생’을 건 평생의 숙제를 적어놓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 ‘정치에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김종인은 노욕을 부린 원로정치인으로 기억될까. 정치 혁신을 시도했던 개혁가로 기억될까. 그의 도전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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