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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손실 비용을 국민에 떠넘기다니

중단 원전 5기 손실
전기요금서 보전키로
임기말 처신 이해 못해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을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임기 내내 국론 분열과 갈등을 가져온 정책의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 격이어서 논란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25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비용보전 이행 계획’을 심의하고 폐쇄되거나 운영이 중단된 경북 월성 1호기, 강원 삼척시의 대진 1·2호기, 경북 영덕군의 천지 1·2호기를 비용 보전 대상으로 확정했다. 비용은 2017년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에서 나간다. 비용의 규모는 비용보전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겠지만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액은 월성 1호기가 5652억원, 천지 1·2호기 979억원, 대진 1·2호기 35억원으로 6666억원에 달한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 내 적립한 것으로 일종의 준조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전력기금 재원이 4조원 정도로, 원전 손실을 보전하는데 부족하지 않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해명이다. 전력기금은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사업, 빈곤층 바우처 지원, 전력 공급 기술 개발 등 공적 기능을 위해 쓰이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정부는 올 들어서만 잇단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탈원전 손실뿐 아니라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 운영 비용도 전력기금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최종 사업 중단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보전 대상에서 빠진 신한울 3·4호기까지 포함될 경우 원전 손실 보전액만 1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금 용처를 정부가 멋대로 추가해 향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소지가 많은데 지금 여유 있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나.

탈원전 정책은 정작 정부가 임기말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힘이 빠진 상태다. 친환경 정책을 안착시키려면 원전 가동만 한 해법이 없다는 게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여든 야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의 수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쯤 되면 탈원전 정책의 출구 마련에 고심해야 함에도 되레 국민과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행보를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임기말 정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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