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반대” 엠네스티도 조사… 탄압 수위 높이는 태국

총리, 자국 지부 범법행위 조사 지시
100만명 서명 목표 퇴출 운동 돌입
개혁 요구 외국인 출입 막고 추방도

지난 24일(현지시간) 태국 수도 방콕에서 왕실 지지자들이 왕실 모독죄로 구금된 정치범들을 지지하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자국 내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군주제 개혁’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태국 정부가 국제인권단체까지 조사하는 등 탄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

28일 방콕포스트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지난 26일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 태국 지부의 활동이 태국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왕실 지지단체 대표자들이 정부에 AI 태국지부의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을 제출한 뒤 나온 조치다. AI 태국지부는 그간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인사들에 대한 정부의 처벌 등에 항의해 왔다.

쁘라윳 총리는 “경찰과 내무부가 AI 태국지부의 범법 행위 여부를 조사할 것이고, 만약 범법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활동이 금지될 것”이라며 “어떤 단체든 태국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섹사꼰 앗타웡 총리실 차관은 AI 태국지부 퇴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100만명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태국 정부는 군주제 개혁과 관련된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주제를 비판해 온 프랑스인 얀 마샬은 27일 태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20년 가까이 태국에 거주한 그는 푸껫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이민국이 군주제를 비판하는 행동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되돌아가라고 통보했다. SNS에서 56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마샬은 태국어로 태국 정부를 풍자하는 동영상을 다수 올려왔다.

태국에서 왕실은 신성시되는 존재다. 형법 112조에 규정된 왕실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왕실 예산 축소,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거나 왕의 탄생일 등 공휴일에 왕실 상징색인 노란색을 입는 관습을 버리는 등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다. 태국에선 극장 등에서 영화 상영 전에 국가가 나올 때 왕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경례를 해야한다. 특히 지난 10일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 반정부 인사 3명의 군주제 개혁 요구에 입헌군주제를 전복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판결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다. 로이터는 청년층이 이끌어온 반정부 시위가 기폭제가 되어 9개 정당이 왕실모독죄 형법 개정 논의에 나섰다고 전했다. 태국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에 따르면 지난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왕실모독죄로 처벌된 이는 미성년자 12명을 포함해 16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2016년 즉위한 마하 와치랄롱꼰 왕은 왕위 계승 전부터 수많은 기행과 혼외정사로 물의를 일으켜 왕실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특히 군주제 개혁과 관련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던 지난달 말에는 후궁과 수행단 250명, 반려견 30마리와 함께 독일로 호화로운 여행을 떠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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