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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세금, 수천만원 더 내라?’ 종부세 정체성 논란

보유세인가 부유세인가
‘다주택세’도 아냐… 수년째 논란
조세 성격 애매 대상자 반발 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종부세의 모호한 정체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보유세인 동시에 부유세 성격을 띤 종부세의 태생적 모호성이 고지 대상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고지분부터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다주택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조세의 성격이 모호한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수백만~수천만원을 내라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2005년 종부세 첫 시행 때부터 종부세의 정체성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가 10년 넘게 이를 방치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종부세법 1조에는 종부세를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 조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규정했다. 법에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로 대상을 명시한 만큼 그동안 종부세는 보유세의 한 종류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보유세라고 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전체 부동산 보유자 중 일부만 과세 대상이다. 이 때문에 때때로 과세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적지 않았다. 도입 초기에도 ‘고액’의 기준을 얼마로 할지를 두고 정부 내에 논쟁이 치열했고 결국 과세 대상자 수 6만명을 기준으로 기준가액을 공시가격 6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뛰면서 1가구 1주택에 한해 9억원으로, 11억원으로 계속 올라갔다.

고가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부 유럽 국가에 부과하고 있는 ‘부유세’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부유세와 차이점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 7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세는 부동산뿐 아니라 차량, 현금, 금융자산, 귀금속 등 재산 전체를 합산해 과세하는 반면 종부세는 부동산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부유세가 총 자산액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만 대상으로 하는 반면 종부세는 부채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종부세 고지 대상자 사이에서는 “주식이나 외제차를 다량 보유한 자산가와 조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영끌족’의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은 그대로 지면서 종부세 부담까지 함께 지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자산가치가 비슷하더라도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에 큰 차이가 나는 점도 종부세의 특징이다.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까지 공제되는 반면 다주택자는 6억원으로 공제 폭이 확 내려간다. 실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시가 26억원의 아파트를 소유한 1가구 1주택자보다 아파트 두 채를 합쳐 25억원인 다주택자가 종부세 고지액이 23배나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종부세는 사실상 다주택세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기재부가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주택분 종부세 고지 대상자 중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와 법인 비중은 39.6%에 그쳤다. 고지 대상자 10명 중 4명이 1주택자라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1가구 1주택자가 13만2000명에 달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종부세를 다주택세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종부세 제도를 운영하면서 정교한 정책 프레임을 갖추지 못한 태생적 한계 때문에 종부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도입 당시부터 여러 문제점이 많았지만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과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기준이나 세금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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