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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다문화 학생이 당당한 형형색색 학교를 향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얼마 전 나는 특별한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의 여러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신청한 다문화 학생 86명이 6개월여의 패션디자인 및 패션모델 주말 특별교육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작품발표회, ‘다문화 학생을 위한 꿈토링’이었다. 세계적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과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이자스민씨 등이 자원봉사로 지도해줬다. 나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하는 수백 가지 사업 가운데서도 이 사업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은 다문화 학생들이 ‘낙인화’될까봐, 그들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소극적인 생각 때문에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못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이다. 이 뜻깊은 자리에 나도 학생들이 만든 의상을 입고 패션모델(?)로 참가했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는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섬세하게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 학생임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공부하고 살아가십시오. 여러분이 가진 다문화 특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그 응원은 꿈을 향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학생이 없으면 빛을 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꿈을 향해 주눅 들지 말고 치열하게 도전해주셔야 합니다.” 현재 교육청에서는 다문화성이 장점이 되는 영역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추가로 프로그램을 개발해보고 있다. 패션이나 디자인은 물론 예컨대 음악 미술 등 예술 부문이 그런 영역일 것이다. 다문화 학생들의 잠재력을 살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한류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이미 다양한 국적, 인종, 문화적 배경의 구성원으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글로벌 문화시장을 휘젓고 있다. 이제 한국 자체가 내재적으로 컬러풀하게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종, 민족, 문화의 형형색색이 일상이 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학교가 나타나야 한다. 그 상징적 모습이 바로 다문화 학생들이 당당하게 어울리는 컬러풀한 교실이 아닐까 싶다. 다문화 학생이 단순히 차별받지 않고 인권이 존중되는 차원을 넘어서서 컬러풀한 교실의 인종적·문화적 구성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로까지 발전해야 한다. 나는 그런 점에서 민족, 국가, 인종, 문화, 문명 등에서 큰 차이를 갖는 ‘이방인’들이 친구처럼 살아가는 ‘컬러풀한 사회, 컬러풀한 학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느 사회에나 소수자와 약자들이 있다. 이주민이나 다문화 학생, 소외 지역 출신, 탈북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성숙한 사회는 바로 소수자와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면서 살아가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이들의 소수자성이나 피해자적 지위가 강조된다. 그러나 그런 차원을 넘어 각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높은 성숙의 단계가 아닐까 싶다.

나는 다름을 재능으로, 차이를 새로운 예술적 창조의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다문화 교육이 서울에서 꽃피우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인간의 정체성은 매우 복합적이다. 따라서 스스로 다수에 속한다고 믿는 이들 가운데서도 소수자와 약자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는 경우가 꽤 있다. 소수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학교와 사회에서는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소수자와 약자가 당당해야 모두가 행복한 학교와 사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다문화 학생들이 그 차이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무런 불편 없이 당당하게 꽃피워서 우리 사회의 중심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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