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메타버스·NFT서 미래 찾는데… ‘색안경’ 벗지 않는 우리 정부


주식시장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라는 단어가 언급되기만 해도 해당 종목이 대박이 날 정도로 가상자산과 메타버스 붐이 거세다. 국내 3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3분기 저조한 실적에도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한 게임을 내년 중 선보일 거라는 발표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가상화폐거래에서 미국의 게임업체 샌드박스가 유저머니로 발행한 NFT ‘샌드박스’ 가격은 최근 한 달 10배나 치솟자 과열논란도 가세했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여파로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가상자산이 ‘디지털 금’이라는 안전자산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투기자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세계가 그린산업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정체된 전 세계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가상 돌풍, 플라톤이 부활했다?

사람들은 왜 메타버스와 NFT 등 가상의 세계에 ‘열공’할까. 영어로 virtual(가상)로 번역되는 그리스어 메타(meta)는 초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진실하고 덕(virtue)을 갖춘 세계로 인식된다. 그릇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이상향의 공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각종 활동이 제약되면서 가상 세계활동으로 보상받으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전세계 금융당국의 엄포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범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도 ‘법정화폐 기득권’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풀이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을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라는 재밌는 분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MZ세대와 크레에이티브 경제의 부상이 가상산업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MZ세대 입장에서 가상세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현실보다 평평한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어 더욱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대간 소득 양극화와 자산 가격 급등 등에 불만을 품은 MZ세대가 가상으로 이동하는 원인중 하나일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함께 가상세계가 굴러가는 데 NFT는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NFT는 토큰 1개당 가치와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예술작품 거래 뿐아니라 게임 아이템, 가상세계 아바타 등의 활용에 제격이어서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비자카드의 카이 셰필드 부사장 겸 크립토부문 대표는 최근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NFT는 MZ세대가 열광하는 문화현상”이라며 10년내 1000조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 진출할 뜻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산업을 등에 업고 올 상반기 NFT 거래규모가 25억달러로 1년전에 비해 182배 성장했다.

2%부족한 정부의 디지털 2.0

2003년 PC공간에서 리튼 랩이 개발한 ‘세컨드라이프’ 출현으로 관심을 모았던 메타버스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2010년 사라졌다가 블록체인이 발전하면서 다시 싹을 틔우는 중이다. 아직 개념이 추상적이고 기술력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분야가 먼저 그 실험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 부활을 이끌고 있는 어린이들의 게임 로블록스가 전세계 2억명 가까운 유저를 거느리며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것은 단순히 게임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게임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거래하며 관계를 맺는다. 어른들도 이에 이끌려 새로운 가상경제 생태계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펄어비스 위메이드 등 국내 업체들도 앞다퉈 캐릭터 역할 강화와 NFT를 접목한 게임 도입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BTS가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음악전문 채널이 아닌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발표한 것은 메타버스 시대 게임의 위상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주식시장에서 메타버스 지수가 이른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대형기술주의 상징인 FAANG 지수와 동일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은 이들 빅테크 기업이 메타버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두고 투자를 늘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뉴딜 2.0의 핵심과제로 메타버스를 선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20여개 유수의 기업을 모아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기획재정부도 혁신성장전략회의 산하에 신산업전략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메타버스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다만 여기서 2% 부족해보이는 것은 당국의 태도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불허되면서 관련 업체가 소송까지 벌이고, 정부부처마다 입장이 갈려 있는 점은 미래산업 발전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해당 업체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소송에 휘말리는 동안 시간을 다투는 게임개발 경쟁에서 외국업체에 밀려날 수도 있다.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최근 메타버스 토론회에서 사행성을 이유로 NFT게임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현행법이 디지털뉴딜 2.0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시대적 흐름과 상반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아직도 1.0의 시각에서 미래산업을 대하는 건 아닌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출시한 4종의 메타버스 ETF도 한달여만에 30% 이상 상승하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ETF가 각 산업영역에서 메타버스 관련 사업비중이 높은 종목을 종합 선별한 것과는 달리 국내 ETF 종목은 증권사 리포트나 사업보고서, 뉴스 등에서의 관련 용어 언급 빈도로 종목을 선정한 점은 투자자들을 오히려 투기로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볼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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