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순흥 (19) 원자력 옹호가 빌 게이츠, 한국형 원자로에 큰 관심

지구온난화 최적 해결책이란 믿음으로
기술 자립 경험 공유하고 싶다며 초청
연구 개발·공동 설계까지 합의하게 돼

장순흥(오른쪽) 한동대 총장이 2012년 8월 미국 시애틀 테라파워 사무실에서 빌 게이츠와 원자력 발전 기술 보급을 위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2년 8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초청을 받아 미국에 갔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물러나서 자선사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 생활에서 전기가 무척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OECD 통계를 분석해봤더니 전기가 제일 값싼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에너지 자원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어떻게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가 확인해보니 그 이유가 바로 원자력이더군요.”

당시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20기 이상 돌리고 해외에 수출까지 한 원자력 강국이었다. 기후변화 협약을 고려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원자력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원자력의 핵심 맴버인 사람들을 찾다가 내가 초대된 것이었다.

그는 한국의 원자력 발전과 기술에 관심이 대단했다. 특히 한국의 기술 자립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 가장 관심을 가진 기술은 미래형 액체금속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였다.

2012년 미국 시애틀로 초청받은 이후, 2013년에는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와서 또 한 번 만나게 됐다. 그때 박원석 당시 원자력연구원의 소듐냉각고속로 사업단장도 동석했다.

그렇게 빌 게이츠가 2013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소듐냉각고속로 설계를 협력하기로 논의했다. 아쉬운 것은 연구 개발 및 공동 설계를 같이하는 것까지는 합의했는데 건설까지는 성사가 안 됐다.

빌 게이츠는 지금도 대표적인 원자력 옹호자이다. 그가 원자력을 선호하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화석에너지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다.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로 화석에너지는 점차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둘째, 신재생 에너지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재생 에너지는 간헐적으로 생산된다는 점 때문에 전기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 세계 배터리를 모두 끌어모아도 가장 전기가 많이 필요할 때의 전력을 10분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전기를 대량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신재생 에너지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라는 것이다. 원자력만이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온실가스도 없으니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최적의 해결책이라는 것이 빌 게이츠의 생각이었다.

빌 게이츠는 원자력 공학 분야의 전문가인 나와 기술적ㆍ이론적 의견을 주고받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원자력에 대해 스스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처럼 세계를 변화시킨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나는 당시 카이스트 부총장직을 맡고 있었기에 세상을 변화시킬 인재를 만들려면 학습자(학생)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대학은 중퇴했지만, 평생 스스로 필요한 분야를 찾아 공부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과 문제 발견,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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