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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연공서열

남도영 논설위원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구글 직원들을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Smart Creatives)’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최고의 엘리트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창의성을 북돋우면 그들은 스스로 강한 동기를 가지고 최고의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지메일, 독스, 캘린더, 맵스 등 구글의 많은 혁신 제품들은 이런 기업 문화 속에서 탄생했다. 구글은 미국이 자랑하는 창의적인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일본과 한국에는 연공서열 기업 문화가 있다. 학력과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와 인사가 결정된다. 직원 대리 차장 부장 이사까지 차례로 올라갔다.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들은 연공서열과 상명하복, 속도와 효율성을 무기로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기업 총수의 돌격 명령에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전원 고지를 향해 달려갔다.

삼성전자가 그제 인사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직급과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기존 제도를 뜯어고쳐 30대 임원, 40대 CEO가 가능한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취지다. 현대차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능력 중심의 인사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하는 중이다.

연공서열제 폐지와 성과 중심제 도입은 생존을 위해서다. 사실 연공서열제는 꽤 편안한 제도다. 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조직에 충성하면 누구나 승진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성실함과 충성심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연공서열제의 전제조건인 지속적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변화는 필연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성과와 능력을 측정하는 공정한 방식이다. 올해 초 네이버와 카카오가 성과급과 인사평가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한국적 기업 문화와 성과 중심 문화의 충돌이었던 셈이다. 성과주의와 공정한 평가는 함께 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최고결정권자 기업 총수의 성과는 누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도 남는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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