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가라니” 중증환자들 분통… 피 말리는 병상 대란

병상 가동률 88.5%… 877명 대기
뇌출혈 확진자 나흘째 기다리기도
국내 10세 미만 첫 사망자 발생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3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한 달째를 맞은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032명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는 661명으로 이틀 만에 최다치를 경신했다. 사망자는 44명으로, 이 중에는 국내 첫 10세 미만 코로나19 사망자도 포함됐다. 연합뉴스

6개월 전 뇌출혈 수술을 받은 A씨(67)는 입원해 있던 재활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몸 상태가 나빠지자 지난 2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같은 날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폐렴과 패혈증 소견에도 불구하고 A씨는 나흘째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대기 중이다.

기약 없이 늦어지는 병상 배정이 원인이었다. A씨의 자녀 B씨(38)는 “(아버지) 상태가 엄중해 먼 곳으로 가기는 어려운데 병원 쪽에선 전라도까지 가야 할 수도 있다더라”며 “이 병원에만 비슷한 처지의 환자가 3명”이라고 전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병상이 배정되지 않으면) 개별 병원에서 손을 대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중환자가 동반 증가하면서 병상 기근 상황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 3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91%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역 병상 가동률도 88.5%까지 치솟았다. A씨 같은 병상 배정 대기자도 여전히 많다. 중수본은 이날 0시 기준 1일 이상 병상 배정 대기자가 877명이며 이들 중 70세 이상 고령자가 376명이라고 밝혔다. 고혈압과 당뇨 등의 질환을 가진 대기자도 501명이나 됐으며 4일 이상 대기자는 226명이었다.

비수도권으로 확진자를 이송한다는 구상도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충청권의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95%로 오히려 수도권보다 높아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우선순위를 판정해 입원 요인이 있고 중증도가 높은 분들부터 입원시키고 있다”며 “중증도가 있음에도 입원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모니터링과 긴급 이송을 지속 강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병상 배정 차질은 코로나19 확진자의 피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다른 질환이나 사고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까지 부수적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발열·흉통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은 다른 응급 환자에게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제한된 음압병상을 이들이 나눠 써야 하기 때문이다. 백진휘 인하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상 부족이나 검사로 인해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1차로 영향을 받는 게 응급실이고, 그다음이 119 구급대”라고 설명했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음압격리병상에서 7일 동안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확진자가 한 명 생기면 열나는 (비코로나19) 환자 28명이 쓸 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도미노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급대가 이송해 병원에서 의무기록조사를 마친 급성심장정지환자 3만1417명 중 2345명(7.5%)이 생존했다. 2017~2019년엔 생존율이 8.6~8.7%를 유지했다. 정성필 연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적극적 심폐소생술 시행 감소, 방역조치 및 이송병원 선정 지연 등으로 인한 구급활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병원 이용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선 병원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확진자란 신분을 숨기고 병원을 찾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3일엔 80대 전립선비대증 환자 C씨가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을 찾았다. 이후 사실이 드러나자 C씨는 응급실 내 음압병상으로 옮겨졌으나 병상 배정까지 57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다. 내원 당시 경증이었던 증상은 신장 투석이 필요한 상황까지 악화됐고 폐에 물까지 찼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응급의료체계 부담 경감책을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일반 병원에서 보게 하는 것 외에도 응급실 자체의 쏠림 현상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요청이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실 내원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경증 환자들은 꼭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종합병원이나 지역 응급의료기관에서도 격리해 (코로나19 여부를) 검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661명으로 이틀 만에 최다를 다시 경신했다. 신규 확진자도 같은 요일 기준 최다를 기록했다. 사망자는 44명으로 이들 중 한 명은 10세 미만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10세 미만 소아 코로나19 사망자가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해당 소아는 지난 28일 응급실을 찾은 뒤 숨졌고,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지난 20일부터 발열과 인후통 등 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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