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란 여러 뜻 조화롭게 모아가는 긴 여정… 인내가 비법”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목사

손인웅 목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덕수교회 일관정에서 하나님과 이웃, 자연 사랑을 의미하는 삼애일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수(傘壽)를 맞은 목사에게는 성공적인 목회를 위한 묘책이 있을까. 노 목회자는 각양각색 사람들의 뜻을 한데 모으기 위해 노력했던 여정을 목회 비법으로 소개했다. 인내가 필요한 방법이었다. 조화로운 목회를 중요하게 여겼던 이의 호는 집중(執中)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떳떳한 도리를 취한다’는 뜻을 지녔다.

지난달 19일 손인웅(80) 덕수교회 원로목사를 서울 성북구 교회 내 일관정(一觀亭)에서 만났다. 1900년 초반 세워진 작은 집의 정식 명칭은 ‘성북동 이종석 별장(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10호)’이다. 소설가 이태준, 시인 정지용 이은상, 수필가 이효석 등이 고택에 기대 글을 썼다. 손 목사 가족도 1986년부터 10여년을 여기에서 살았다. 낡아서 불편했던 사택이었지만 늘 정겨웠다고 했다.

일관정을 품은 가을이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여러 색의 단풍이 조화롭게 보이는 것처럼, 돌아보니 저도 조화롭게 목회하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네요”. 마당에 선 손 목사가 말했다.

그는 최근 ‘삼애일치-세 가지 사랑 하나 되게(대한기독교서회)’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집중 손인웅의 신학이 있는 목회 여정’이라는 부제를 지닌 세 권의 책에는 그의 목회와 신학, 삶의 흔적이 담겨 있다.

삼애는 하나님과 이웃, 자연을 사랑하자는 의미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게 예수님의 가르침이에요. 저는 거기에 자연을 포함했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피조세계에서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자연을 사랑해야 합니다. 생명을 유지해주는 터전을 아끼는 건 마땅한 도리죠”.

모든 분야에서 조화와 화합을 강조했던 손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에서도 굵은 족적을 남겼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교회봉사단 대한성서공회 등이 모두 그가 활동했던 연합기구다. 대형교회 목회자 중심의 교회 연합운동에서 화합을 앞세운 그의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덕수교회는 최거덕(1907~1990) 목사가 1946년 설립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53회 총회장을 지낸 최 목사는 서울 묘동교회와 안동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손 목사가 그의 뒤를 이었을 때의 나이가 고작 36세였다. 화합의 목회를 하게 된 건 이 때문이었다.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던 셈이다.

“1977년 담임목사로 부임한 직후 첫 당회가 기억납니다. 연로하신 장로님들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렸죠. ‘젊은 담임목사가 당회를 운영하는 건 큰 부담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어떤 안건이든 장로님들께서 만장일치로 결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간곡히 부탁합니다. 어르신들이 견해차로 다투면 제가 당회를 원만히 이끌 수 없습니다”. 진심 어린 부탁에 장로들은 웃으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저희가 다투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이날의 대화 때문인지 덕수교회는 지금까지 ‘만장일치 당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물론 견해차가 생겨 토론할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토론을 하되 결정할 때는 반드시 합의를 거쳤고 회의록에는 이런저런 의견으로 토론했지만,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는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손 목사는 이런 전통에 큰 자부심이 있어 보였다.

물론 당회원들과의 약속만으로 화합이 보장됐던 건 아니었다. 교인들과의 관계는 또 다른 문제였다. 손 목사는 ‘삶과 신앙의 일치’를 언급했다. “목사가 교인들과 함께 사는 게 목회라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자신이 전한 설교대로 살고 삶과 신앙, 신학이 가지런히 하나 될 때 교인들도 목회자를 따릅니다. 신앙 지도력은 그런 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목사는 어떤 경우라도 삶과 신앙 사이에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회복할 부분이 있을지 물었다. “목사는 목양 일념으로 한길만 걸으면 됩니다. 교인은 말씀 안에 살면 되죠. 이런저런 성장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세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성경을 읽고 말씀이 전하는 길을 따라 살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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