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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일산대교, 기본권이냐 원칙이냐

남혁상 사회2부장


2008년 개통된 일산대교는 28개 한강 다리 중 가장 하류에 있다. 경기도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연결한다. 2038년까지 30년간 운영권을 갖는 사업자는 일산대교㈜로, 국민연금공단이 실소유주다. 주 이용자는 김포와 고양 파주 등 경기 북서부 주민들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0만명가량 된다. 유료도로인 만큼 일산대교 1.84㎞ 구간을 지나려면 통행료 1200원(승용차 기준)을 내야 한다. 왕복하면 2400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이 다리를 건너는 서민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주변에 이를 대체할 도로가 있을까. 일산대교와 가장 가까운 다리는 김포대교인데, 8㎞가량 떨어져 있다. 한강 교량 25개의 평균 간격 2.1㎞에 비해 한참 멀다. 통행료를 내지 않고 김포에서 일산, 파주 쪽으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간다. 다른 다리들과 멀리 떨어진 유일한 교량인데, 여길 건너려면 반드시 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유료도로법상 유료도로 요건을 갖추려면 주변에 대체 통행이 가능한 다른 도로 또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일산대교는 그렇지 않다. 그마저도 2㎞도 되지 않는 짧은 구간인데, 다른 민자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많다. 주민들에게 사회적 공공재인 도로를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는 교통 기본권 주장이 여기서 출발했다. 대체 도로가 없는 특정도로 이용을 위해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불만이 커지자 경기도는 10월 전격적으로 일산대교 측의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 결정을 내리고 무료화를 단행했다. 일산대교 측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두 차례나 일산대교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일산대교 무료화는 22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법원이 경기도의 공익처분에 대해 일산대교 측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은 상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경기도는 2038년까지 운영권을 보장받은 일산대교 측에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문제는 그 갭이다. 일산대교 측은 30년간 운영수익을 7000억원, 경기도는 2000억원으로 잡고 있으니 대략 5000억원 차이가 난다. 문제는 여기에도 있다. 무료통행을 하면 반대급부로 보상금을 사업자에 줘야 하는데, 그 돈은 경기도 전체 주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는 시장경제 근간인 수익자부담원칙과 배치된다. 일산대교 측에 지급하는 막대한 보상금이 다리를 한 번도 이용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왜 다 같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논리다. 단지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계약자유 원칙을 일방적으로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고양시는 일산대교 측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수사의뢰한 상태다. 일산대교 실소유주인 국민연금공단도 경기도의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공익처분에 대한 본안소송도 남겨두고 있어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현 시점에서 이를 해결할 좋은 방법은 경기도와 일산대교 측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맞대응보다는 타협과 협상을 통해 통행료를 일정수준 내리는 것일 텐데, 양쪽 모두 현재로선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 방향은 우리 사회가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 교통기본권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수익자부담원칙을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주민들의 불편 해소,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 민간사업자의 재산권 보호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나올지 한번 기다려 보자.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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