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경은 빠져있으라” 내부 배려 여경엔 배제-남경엔 특혜 인식

경찰 연구용역 중간보고서 입수

신임 경찰관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특별 교육에 참여해 상대를 제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신임경찰관 2800여명의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위험단계별 대응훈련과 수갑, 삼단봉, 테이저건, 권총 훈련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경찰이 최근 수행한 연구 용역에서 조직 내 ‘배려’라는 온정적 성차별주의가 현장에서 여성 경찰을 배제하는 동시에 젊은 남성 경찰들의 ‘역차별’ 반발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또 ‘여경 무용론’을 “시대착오적 논쟁”으로 규정했다.

국민일보가 1일 입수한 경찰청의 ‘여성 경찰 혐오 담론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 용역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남성에 비해 열등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전제로 과연 여성이 경찰 직무에 적합한지를 둘러싼 시대착오적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남녀 간의 감정적 대립이나 갈등의 산물이 아닌 ‘성평등 개혁에 대한 저항이자 반발’”이라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여경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2만657건과 언론 보도 2326건을 추려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만 34세 미만 청년 경찰 41명과 관리자 6명을 상대로 초점집단 인터뷰(FGI)도 진행해 현장 경찰들의 여경 인식에 대한 문답도 포함했다.

보고서는 여경 혐오가 2017년 추진된 경찰 조직 내 성평등 개혁을 계기로 불거졌다고 분석했다. 경찰에서 여경 확대 논의가 시작됐을 무렵부터 여경과 관련한 게시글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여성 경찰 확대 방침에 대한 반등’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5월 이른바 ‘대림동 사건’이 여경 논란에 불을 지폈다고 연구팀은 봤다. 당시 여경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졌는데, 네티즌들은 여경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이 논란 이후 여성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기사가 크게 늘었고 여성 혐오 담론도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내부조직 관리자 대부분이 중년 남성인 환경도 여경 무용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관리자들이 여경을 ‘배려’한 것이 오히려 젠더 갈등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배려’가 여경들에게는 ‘배제’로, 젊은 남경들에게는 ‘여성에 대한 특혜’로 여겨졌다는 의미다.

여경 혐오는 논란에 그치지 않고, 경찰 서비스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 여경은 연구팀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카메라를 켜면 물리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걸 의식하느라 신고처리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연구를 수행한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조교수는 “청년 경찰관들은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을 고수하지 않는다”며 “여성 경찰관을 온정의 대상으로 보며 참여 기회를 제약해 온 기존의 성별 직무 분리 관행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여성’이 아닌 ‘경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최근 벌어진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의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 표명과 함께 경찰직 퇴직 뜻을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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