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출 호조’ 암울한 속내는

물량 증가율 낮고 수입가격 올라… 반도체 등 치중 품목 불균형 심각


지난달 수출이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출 호조세가 경제회복을 견인하고 있지만, 수출 물량과 교역조건, 품목 불균형 등 ‘역대급 수출 호조’에 가려진 그림자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32.1% 증가한 604억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산업부는 1956년 무역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13년 10월 월간 수출 500억 달러 달성 후 8년 1개월 만에 600억 달러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5개 주요 품목 중 반도체 등 13개 품목이 지난해와 비교해 증가했다. 다만 자동차 부품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로 지난해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하지만 역대급 수출 호조 통계에 가려진 어두운 면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수출 ‘금액’이 아닌 수출 ‘물량’의 전년 대비 증감률을 봤을 때, 수출액 증가 수준을 못 따라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수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2월을 제외하곤 줄곧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반면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무역지수 및 교역 조건’에서 수출물량지수 추이를 보면 전년 대비 증감률이 들쭉날쭉하다. 일단 4~6월과 8월에는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나머지는 한자릿수 증가율에 그쳤으며 지난 9월에는 2.5%를 기록했다.

또 수출액이 많다고 해도,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을 비교해보면 상황이 그리 좋지도 않다. 지난 10월 기준 수입금액 상승 폭(29.9%)이 수출금액(21.2%)보다 훨씬 컸다. 상품 하나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다른 나라의 물건을 얼만큼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지난 10월 91.26으로 전년동월 대비 6.7% 떨어져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수출 품목별 불균형도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경련이 2019년 기준 세계 10대 수출국을 대상으로 수출 품목·지역 및 글로벌 10대 수출품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10대 수출품목 의존도는 46.3%로 다른 국가들 평균인 36%보다 10% 포인트 가량 높았다. 특히 반도체에 14.6%가 편중돼 반도체 경기변동이 미치는 파급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가 더욱 늘었다”며 “특정 품목에 수출 의존도가 집중돼있으면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