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진짜 ‘가계대출 뇌관’은 주담대 아닌 정부 전세보증

주담대 LTV 40% 불과 영향 미미
정부 주도 전세보증 급증 위협요인
보증금 떼임 올들어 4507억 달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이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주담대를 가계대출 부실화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은행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되지 않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주담대보다는 정부가 보증을 서는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부실의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3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LTV는 40.48%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한 은행은 LTV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평균치(40% 안팎)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LTV는 은행이 대출 수요자에게 내준 대출 총액을 담보의 가치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시중은행의 평균 LTV가 40.48%라는 것은, 은행이 담보로 잡은 자산 가격 대비 실행된 대출금액이 40%가량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를 예로 들면 이중 4억원이 대출금인 셈이다. 지금 당장 이 아파트 가격이 반토막 나 5억원이 되고 대출이 부실화된다 해도 근저당권을 설정한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예의주시하며 ‘돈줄 조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되레 주담대보다 정부가 주도하는 전세자금보증이 급증했다는 점에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집값이 어느정도 떨어져도 문제 없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전세보증의 경우 보증사고가 일어나면 정부가 그대로 손실을 뒤집어쓰는 구조”라며 “전셋값이 크게 오르며 함께 폭증한 전세자금보증이 부실화되기 시작하면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자금보증은 말그대로 공공기관 등이 세입자의 전세자금에 대한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3곳에서 시행 중이다. 주금공과 HUG는 공공기관이고, SGI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사실상의 정부기관이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며 이들 기관의 전세자금보증 공급 규모도 함께 커졌다. HUG의 경우 공급액이 2018년 19조원에서 2019년 30조6000억원, 2020년 37조3000억원으로 2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주금공도 공급액이 33조6000억원에서 50조7000억원으로 50% 이상 폭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보증이 급격하게 늘어난 상태에서 집값 하락 또는 조정기가 온다면 갭투자 등으로 인한 ‘깡통전세’ ‘깡통주택’이 양산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 조정기에 큰 낙폭을 보이기 쉬운 빌라, 다세대주택 등을 필두로 이런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보증기관이 보증금을 ‘떼이는’ 등의 보증사고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HUG의 경우 보증사고 규모가 2018년 79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442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682억원까지 올랐다. 올해는 1~10월 보증사고 규모가 4507억원에 달했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2022년 금융위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전세자금보증에서 대규모의 보증사고와 대위변제가 발생하는 경우 주택신용보증 전체의 건전성에 위험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