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억’ 곽상도 영장 기각… 법원 “혐의 소명 부족하다”

검찰 수사 동력 타격 불가피
곽 “청탁 경위·일시·장소 불분명”
‘황무성 사퇴종용’ 유한기 출석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아들을 통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전 의원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50억 클럽’이라는 게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화천대유로부터) 청탁받은 경위 등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아들 퇴직금 50억원’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1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사실상 검찰이 혐의 소명을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다.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규명의 첫 단추로 곽 전 의원 신병 확보를 시도했던 검찰로선 수사 동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지지부진한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과 정치권의 특검 도입 움직임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할 전망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곽 전 의원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50억 클럽이라는 게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들 병채씨가 직급에 비해 과도한 퇴직금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회사(화천대유)가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벌었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과 곽 전 의원 측은 영장심사에서 퇴직금 50억원 지급 경위와 대가 관계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PPT 자료 등을 통해 ‘곽 전 의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부탁해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줬다’는 김씨 등 진술과 하나은행 실무진 조사 결과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또 곽 전 의원이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김씨와 만나 ‘알선한 대가를 달라’고 요구했다며 당시 식당 영수증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곽 전 의원 측은 검찰이 제시한 ‘식당 만남’ 당일 다른 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로 맞섰다고 한다. 또 검찰이 알선 상대방과 방법, 경위 등을 특정하지 못했고, 김씨 등의 진술 외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일단 그의 손을 들어줬다.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나머지 50억 클럽 관련자 수사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곽 전 의원을 결국 불구속 기소하고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선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50억원 의혹이 제기된 지 두 달 넘은 시점에서 조급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27일 곽 전 의원을 한 차례 조사한 뒤 이틀 만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정작 알선 상대방으로 보는 김 회장은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가성 입증이 까다로운 뇌물 혐의에서 비교적 수월한 알선수재로 혐의를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종용 의혹 등과 관련해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015년 2월 황 전 사장을 찾아가 중도 사퇴를 압박한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민철 임주언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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