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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두유노클럽

서윤경 종교부 차장


오래전 일도 아니다. 7년 전 러시아 연해주의 항만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지에서 경험한 일이다. 구경 삼아 간 시장에서 상인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이란 답에 뜻밖의 질문이 돌아왔다. “북한? 남한?” 상인의 짧은 되물음은 당혹감을 선사했다. ‘북한 사람들도 왕래하는 나라라 가능한 질문’이라는 논리는 위로가 되지 못했고 이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자신감은 꺾였다. ‘두유노(Do you know)클럽’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리고 건넨 짧은 질문 “두유노 싸이”.

눈치챘겠지만 “너 아니”라는 뜻을 담은 이 질문을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한국을 설명할 때 유독 많이 사용한다. 싸이나 강남스타일이 포함된 두유노클럽도 만들어졌다. 클럽의 가입 조건은 간단하다. 전 세계인들이 알 만큼 유명하면 된다. 실제 두유노클럽이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2년이다. 유튜브 조회수 40억뷰를 돌파한 노래 ‘강남스타일’과 그 노래를 부른 가수 싸이 때문이다. 이후 BTS 봉준호 기생충과 뽀로로 아기상어 등 대중문화 콘텐츠, 게이머인 페이커, 음식인 만두까지 클럽은 다양한 변주를 이루며 범위를 확장시켰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영화 ‘미나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클럽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두유노클럽에 대해 자부심과 자기 희화화가 결합된 결정체라 분석한다. 한국의 우월함을 확인하는 용도로 두유노클럽을 사용한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두유노클럽을 ‘국뽕’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된 사람을 조롱할 때 쓴다. 그런데 두유노클럽이 국뽕과 연결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전 포르투갈로 수학여행 온 그리스 고등학생들을 식당에서 만났을 때 그들이 사용하는 ‘삼성’ 스마트폰과 식당 냉장고의 ‘LG’ 브랜드를 가리키며 한국을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선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2002년 월드컵을 들이댔고. 한국을 설명하기 위한 처절함에서 두유노를 사용한 셈이다.

K브랜드는 국뽕과 결합한 두유노클럽의 확장판이다. K팝, K무비, K푸드, K뷰티부터 K방역까지 세계적으로 유명세만 타면 K라는 브랜드로 묶여졌다. 그렇다면 특별한 K브랜드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브랜드 가치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높다. 관광 인프라가 많은 도시나 관광지보다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곳에서 힘을 더 발휘한다. 바로 K선교다.

브라질 상파울루시 인근 오르톨란지아시에는 최근 ‘박동주 목사 도로’가 생겼다. 지난 6월 코로나19로 사망하기 전까지 박동주 선교사는 학교를 지어 현지인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마약·알코올 중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 회복에 힘썼다. 현지 주민들은 행정당국에 박 선교사의 이름으로 도로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대한민국 오트 쿠튀르를 상징하는 디자이너 이광희씨는 남수단 톤즈 사람들에게 ‘마마(엄마)’다. 파송받은 선교사도 아닌 평신도지만 망고나무를 심고 재봉 기술 등을 알려줘 주민들의 재정 자립을 돕는다. 학교와 교회도 세웠다. 나라 이름도 생소한 바누아투의 정창직 선교사는 정글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빠빠(아빠)’라 불린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약을 주고 연고를 발라 준다.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K선교를 자산과 인지적 가치의 결합인 브랜드 가치로 산출하기 어려운 이유다. 가치 산출이 어려운 브랜드를 K선교라 부르는 걸 두고 누군가는 ‘한국 사람도 모르는데 무슨 억지춘향식 표현’이라며 폄훼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험지를 찾아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해 현지 주민들의 애정과 존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선교사들은 민간 외교관인 동시에 한국을 알리는 브랜드가 아닐까. 그래서 언젠가 해외가 아닌 한국 사회에 건넸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 “두유노 K선교.”

서윤경 종교부 차장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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