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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마주하는 특별한 시간

서울공예박물관 개관전·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국내 최초의 공예 전문 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지난달 29일 정식 개관했다. 원래 지난 7월 개관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사태로 미뤄졌다. 그러나 개관식만 하지 않았을 뿐, 사전 관람 예약을 통해 시설을 개방했다. 예약률 95.7%로 지난 4개월간 7만6000명이 다녀가는 등 서울공예박물관은 어느새 광화문의 ‘핫플’이 됐다.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도 다채로운 기획 전시로 사랑을 받고 있다. 두 박물관의 전시를 소개한다.

서울공예박물관 개관전

국립고궁박물관과 최근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이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인 ‘자수가사’.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옛 풍문여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장소가 주는 맛이 깊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기분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수령이 수백 년은 돼 보이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도 추억 속 에피소드를 불러낸다. 소장품도 보물 ‘자수 사계분경도’ ‘자수 가사’ 등 국가지정문화재 6건, ‘백자청화파초문호’ ‘경혜인빈상시호죽책’ 등 서울시지정문화재 10건을 포함하는 등 격을 갖췄다.

개관 상설전으로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준비했다. 공예가 시대마다 어떤 모습과 의미로 존재했는지를 돌아보고 우리가 접하는 나전칠기, 도자기 등 다양한 공예의 원류와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시 제목은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된 ‘장인이 나라를 짓는다’(匠人營國)와 ‘모든 장인은 힘껏 일해 세상을 이롭게 하니 그 공이 큽니다’(蓋工人, 勞其筋力, 以利天下之用, 其爲功大矣)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서울공예박물관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에 나온 궁중 복식(당의)과 용 흉배.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시는 공예의 역사를 시기별 4가지 섹션으로 나눠 소개한다. 조선시대 공예를 다루는 섹션이 핵심인데 왕실, 사대부와 규방, 일상이라는 세 층위의 소주제로 나눴다. 전시는 왕실 공예를 통해 의복의 견양, 연회에 파초를 꽂던 백자 등 신분질서의 상징으로서 공예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책가도 병풍, 벼루, 연적 등 문인 사대부 문화와 노리개 자수 같은 여성의 공예 문화 등 신분과 성별로 나눠 공예의 역사를 일별한다. 글만 읽었을 것으로 상상되던 사대부 남성들이 한껏 사치를 부리며 가슴 밑으로 길게 내리뜨렸던 거북이등껍질 재질의 갓끈 등 의외의 코너가 흥미롭다.

백자 달항아리 모습.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근대와 함께 공예에는 상표가 등장하고 장인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된다. 세계만국박람회 등에 공예품을 내보내며 공예는 국력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성미술품제작소 등 다량생산을 위한 체제도 등장했다. 이처럼 공예를 사회적 맥락에서 들여다보도록 전시가 구성됐다. 그러다 보니 한국미의 간판인 달항아리조차도 자료처럼 다닥다닥 붙여 전시하는 등 미(美)로서 공예의 맛은 반감되는 게 흠이다.

고대 토기에서 청자 금속 나전 등 고려시대 공예까지를 다루는 ‘자연에서 공예’ 코너는 일관성이 부족해 아쉽다. 금속 코너에선 영국사 터에서 출토된 각종 금속 유물의 아름다움에 치중하는가 하면 토기와 도기 코너에서는 재질별로 유물을 나열하고 있다. 나전 코너에선 현대적 재현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등 같은 주제 아래 보여주는 바가 서로 다르다.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시 고궁단영이 실린 잡지 ‘동광’의 표지.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조선의 법궁이던 경복궁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연간 1000만명이 찾는 생명력 넘치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기까지 발굴과 복원 노력을 조명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했다. 각 부제(副題)는 1927년 잡지 ‘동광’에 실린 시인 시목(詩牧)의 고궁단영(古宮短詠)에서 따 왔다. 일제강점기 훼손된 경복궁의 모습을 노래한 시다. 전시 제목 고궁연화에서 연화는 ‘빛나는 해’(年華)와 ‘봄의 경치’(煙花)라는 중의적인 뜻으로 복원이 끝나고 맞이할 경복궁의 찬란한 시간이자 봄을 의미한다.

도입부 ‘적심’(積心)은 현대작가와 협업한 설치 미술 작품이다. 적심은 건물의 구조와 규모를 보여주는 기초 부분이자 복원의 실마리로서, 발굴 단계에서 매우 중요히 여겨진다. 박진우 작가는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적심을 궁궐 전각처럼 배치해 재해석된 경복궁을 유영하듯 감상하게 했다. 1부 ‘바람이 문에를 처도’에서는 복원된 흥복전 내부에서 창문 밖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정원이 된 겨울의 흥복전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맞은편에는 훼철된 경복궁을 주제로 한 조지훈의 산문시 ‘봉황수’ 등을 전시했다. 고궁을 보며 망국의 비애를 노래한 시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궁궐 건축에 사용된 목재와 기와.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부 ‘진흙속에 묻혀눕은’에서는 사시사철 현장을 지키는 발굴조사단의 모습을 단풍에 비유해 담았다. 경복궁 출토 도자기 파편과 발굴 일기, 유물 조사 카드 등을 흙의 층위처럼 그려 마치 유적처럼 보이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경복궁 터를 직접 발굴한 전·현직 조사단 3인과 전시담당자의 인터뷰에서는 숨겨진 발굴 이야기가 실감 콘텐츠로 표현된다.

강녕전 건축 도면.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3부 ‘오백년 거륵한 공’은 높이 4m, 너비 15m 정도의 대형 미디어월에 복원 도면을 라인그래픽 기법으로 제작해 궁궐 건축의 촘촘한 설계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4부 ‘봄어름 처음녹고’에서는 2045년 경복궁 복원이 마무리된 후 맞이할 경복궁의 봄을 3면 대형 영상으로 구현했다.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발굴 실측 도면, 복원 도면 등도 볼 수 있다. 내년 2월 27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고궁연화’전의 전시 전경.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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