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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원로 조각가가 다듬고 채색한 한국의 어머니·누이

김종영미술관서 ‘최종태 초대전’

최종태 작가의 ‘소녀상’(2021). 김종영미술관 제공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에 선 몇 개 그어 이목구비를 표현한 얼굴이 곱고 순박하다. 새색시 옷 같은 저고리의 초록과 치마의 붉은색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가 한껏 강조된다. 올해 우리 나이로 구순이 된 원로 조각가 최종태씨가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김종영미술관에서 초대전을 하고 있다. 전시에선 작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된 동그란 얼굴의 여인 조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소재는 브론즈, 돌, 나무 등 다채로운데, 특히 근년에는 나무 조각에 채색하는 데 심취해 있다.

그는 서울대 교수를 지낸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제자다. 이 장소에서 전시하는 게 더욱 뜻깊다. 최종태는 1953년 국제콩쿠르에서 당선된 김종영의 작품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를 보고 조각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점점 추상조각의 세계로 나아간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은 평생 과제였다. 한국 조각계는 1960년대부터 추상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그는 거꾸로 구상을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조각의 주된 소재인 인체 조각을 했으며 여인상만 주로 조각했다. 특정한 여인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한국의 어머니, 누이 같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는 성모자상의 한국화된 버전이다.

최근 개인전 ‘최종태, 구순을 사는 이야기’전이 열리는 김종영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한 최 작가. 김종영미술관 제공

이런 이미지의 보편성은 해부학적 비례를 무시하는 그의 인체 조각이 원(구체)과 직사각형(입방체)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데서 오는 것 같다. 직사각형 상자 위에 동그라미를 올려놓은 형태다. 신체의 팔과 다리는 희미하게 흔적만 연상시킬 뿐 몸체 안에 통합돼 있다. 여인상은 대체로 정면을 향해 서 있는 자세를 취한다.

나무 조각은 70년대 중반부터 했다. 나무의 옹이를 감추고 썩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색을 칠하다 채색 자체가 본격화됐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세기 조각은 채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양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옛날에는 다 채색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색을 고를 때는 단청과 민화, 꼭두 등 한국의 전통적 채색 문화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최종태의 작품 세계를 “고대 이집트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정면성과 부동성의 원리, 장승, 기독교 성상, 불상 등이 서로 은밀히 만난다”고 해석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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