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이익 누리고 책임은 발뺌… 총수일가 ‘편법 운영’ 여전

미등기 임원 재직 총 176건 달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집중
여러 직함으로 수백억대 보수 챙겨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경우가 총 176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기임원으로 여러 계열사에 이름을 올리고 수백억원대 보수를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총수일가가 임원으로서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편법’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의 62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218개사(이중 상장사 274개사) 현황을 분석했다. 올해는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 등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총수가 있는 54개 기업집단의 2100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모두 176건(임원이 여러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 중복 집계)이었다. 하이트진로 그룹은 18개 계열사 중 7개사(38.9%)에서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인 것으로 나타났고, 두산(36.4%)과 중흥건설(32.4%), 케이씨씨(20.0%) 등도 비중이 컸다. 중흥건설의 경우 총수와 총수 2세가 각각 11개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 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재직하면서 권한과 이로 인한 이익은 향유하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미등기임원의 경우 5억원 이상을 보수로 받는 이들 중 상위 5명만 공개되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계열사에서 무려 123억7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문덕 회장도 하이트진로에서 53억80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총수 일가 1명 이상을 이사로 등재한 회사의 비율은 15.2%(319개사)였다. 213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중 120개사(56.3%), 359개 규제 사각지대 회사 중 75개사(20.9%)는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는데, 이는 비규제대상 회사에서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8.1%)보다 현저히 높은 비율이다.

총수 본인은 1인당 평균 3개의 이사 직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SM(12개), 하림(7개), 롯데(5개), 영풍(5개), 아모레퍼시픽(5개) 등은 총수 1명이 5개 이상의 계열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총수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52개에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전년 62.5%에서 69.2%로 증가했다. 성 과장은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사회적 공헌 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되는데, 공정위는 내년에 실태조사를 통해 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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