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크리스마스 선물

태원준 논설위원


시간문제일 텐데, 미국 뉴욕에 오미크론이 상륙하면 이 국제적 도시는 올해 네 번째 코로나19 변이를 만나게 된다. 1~3월은 요타(면역회피 특성), 4~6월은 알파(빠른 전파력), 7월 이후는 델타(더 빠른 전파력+약간의 면역회피) 변이가 감염을 주도했다. 요타는 알파가 퍼지며 사그라졌고, 알파는 델타가 등장하자 자취를 감췄다. 변이들의 경쟁에서 승부처는 항상 전파속도였다. 더 빠른 놈이 숙주인 인체를 많이 차지하며 우세종이 됐다. 오미크론이 현재 추정되는 특성(더욱 더 빠른 전파력+강한 면역회피)을 가졌다면 델타를 몰아내고 새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러스의 유전자도 ‘이기적’이긴 마찬가지다. 진화하는 목적이 증식을 통한 유전자의 확산과 존속에 있다. 그러려면 숙주를 죽이기보다 많이 거느리는 쪽이 유리해서, 변이가 거듭될수록 전파력은 커지는 반면 독성은 낮아진다고 한다. 오미크론 출현이 그런 진화 경로에 있다고 본 일부 학자들은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일지 모른다며 낙관론을 제시했다. 현재 관찰되는 것처럼 증상이 정말 경미한데 델타를 제치고 우세종이 된다면, 코로나19가 이제 감기처럼 돼간다는 뜻이란 얘기다.

이 가설은 아직 전제가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가공할 전파력+낮은 독성’을 가졌는지는 감염사례가 축적되는 이달 중순에나 밝혀진다. 차라리 델타가 낫다는 시각도 있다. 베타처럼 중증화율이 높은 변이들을 다 몰아낼 만큼 전파가 빠르면서 기존 백신이 먹히는 델타가, 미지의 변이 염색체를 잔뜩 가진 오미크론보다 더 수월한 상대라는 것이다. 이런 낙관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인류는 이 변이가 과연 선물인지 아닌지 초조히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194개 회원국이 구속력을 갖는 ‘팬데믹 국제조약’ 협상에 착수했다. 공평한 백신 보급의 법제화를 시도한다. 더이상 변이에 노심초사하지 않도록, 바이러스에 변이할 공간을 내줬던 백신 불평등을 차단하는 일이다. 오래 걸리겠지만 타결된다면 미래의 팬데믹과 싸울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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