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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못 가는데요” 10대 잇단 ‘노쇼’, 백신 폐기 골치

잔여백신 수요 적어 대부분 폐기
보호자와 일정 조율 실패 등 이유
당국 “벌칙보다 맞도록 독려 방침”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12∼17세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백신 노쇼’(예약 부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단순 변심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자와 일정을 맞추지 못했거나, 학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걱정 등이 겹쳐 노쇼를 하는 경향도 보인다. 성인 대부분이 접종을 완료한 상태라 청소년 노쇼로 주인을 찾지 못한 백신은 잔여 백신으로도 쓰이지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광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5일 “성인 접종 때와 달리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황당한 노쇼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예약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안되거나, 어렵게 전화가 연결돼도 “오늘은 못 가는데요”라는 식의 말이 돌아온다고 한다. 김 원장은 “10대 예약자 10명 중 2명꼴로 약속된 시간에 오지 않는다”며 “뒤늦게 노쇼분을 잔여 백신 현황에 올려도 사용 시간이 임박해 버려지는 게 대부분”이라고 씁쓸해 했다. 개봉한 모더나·화이자 백신 1병은 6∼7명 접종이 가능한데 한 번 개봉하면 6시간 안에 소진해야 한다.

백신이 폐기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의료 현장에서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의원의 박모 원장은 “10대 노쇼가 반복되다 보니 백신을 개봉하면서 ‘또 쓰레기통으로 가겠구나’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수개월 전만 해도 비싼 백신이 아까워 지인이나 동네 환자들에게 급히 놔주곤 했는데 현재는 성인의 경우 접종을 마친 경우가 많아 버려지는 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의 병원에선 매일 3∼4인분의 백신이 버려진다. 경기도 한 병원 간호사는 “학생들 백신 노쇼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접종하러 올 거냐’고 확인 전화하는 게 일”이라며 “이때마다 너무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노쇼 사례의 상당수는 보호자와의 일정 조율 실패, 학업 영향 우려 등에서 발생한다. 12∼17세는 접종 당일 보호자가 동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득이한 경우 동의서를 제출하면 되지만 대다수 부모는 동행을 원한다.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 일정 탓에 취소하거나 예약 당일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방역 당국도 “이런 이유로 급히 접종을 미루려는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 시험이나 학원 수강 일정이 겹치면 부작용에 더 민감해지기도 한다. 고교 수험생 온라인 카페에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 이의신청 기간인데 백신을 맞아도 될까요’라며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컨디션 난조로 접종을 완료하지 못하기도 한다. 1차 접종을 마친 이모(16)양은 백신 2차 접종을 앞두고 기관지가 나빠져 애초 예정됐던 2차 접종 날짜를 취소했다.

10대 백신 노쇼가 잇따르자 ‘벌칙을 부과하자’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지만 정부는 벌칙보다 접종을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노쇼한 아이들도 추후 접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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