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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별도 못하면서… “북한 가짜뉴스 잡겠다” 나선 정부

가짜뉴스 모니터링 예산 첫 편성
폐쇄적 북 정보 확인에 시간 걸려
‘북한 비판기사 차단?’ 의구심도


정부가 북한 관련 가짜뉴스 모니터링 사업에 예산 2억원을 편성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관련 정보의 특성상 진위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할 기준도 모호하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보도에 대해 정부가 나서 가짜뉴스를 구별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막기 위해 가짜뉴스를 표면적 사유로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2022년도 통일부 예산 1조5023억원 중 가짜뉴스 모니터링 사업에 2억원이 확정됐다. 정부가 올해 처음 반영한 이 예산은 북한 관련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된다.

북한의 폐쇄적인 상황 때문에 그동안 잘못된 정보들이 유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기간 외부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나왔던 건강 이상설 내지 사망설, 심지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쿠데타설 등 대표적인 오보들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는 한반도 정세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국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통일부의 모니터링 사업은 이런 가짜뉴스를 솎아내 잘못된 북한에 대한 정보를 막겠다는 의도다. 통일부는 북한이나 통일 관련 전문기관에 의탁해 정도가 심한 허위·조작 정보나 왜곡 정보를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사업의 실효성이다. 가짜뉴스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를 판별할 기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대상도 문제다. ‘김정은 대역설’과 ‘김여정 쿠데타설’을 보도한 매체는 일본 ‘교토신문’과 미국 타블로이드 잡지 ‘글로브’ 등 외신이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가짜뉴스 모니터링을 통해 언론 보도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5일 “특정국을 위해 가짜뉴스를 골라낸다는 것 자체가 해당 국가를 두둔하거나 해당국에 대한 부정적 정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며 “정부가 이런 일을 위해 예산까지 확보한 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아직 사업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확산하는 가짜뉴스를 파악하는 용도로 예산이 활용될 수 있다”면서 “예컨대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를 몰래 지원해 국내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식의 황당한 얘기가 돌 때 이런 사실을 알아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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