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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글로벌 보건안보 체계의 변화에 동참할 때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2년을 돌이켜 보면 세계는 감염병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코로나19는 이달 초까지 공식 집계만으로 지구촌의 2억6000만명 이상을 감염시켰고, 52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 갔다. 글로벌 경제는 크게 위축됐고, 아이들은 교육 기회가 제한됐으며, 사회적인 만남과 교류가 어려워진 만큼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 역시 위협받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보건 안보 체계는 한계를 노출했었다. 국제사회는 코로나19 사태의 위기에 맞서 발 빠른 공동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또한 감염병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백신과 치료제, 진단기기와 같은 감염병 대응 수단을 공평하게 분배하지도 못했다. ‘COVAX AMC(COVID-19 Vaccines Advance Market Commitment)’라는 백신 공급체계가 출범했지만, 고소득국의 백신 접종률이 77.7%인 반면 저소득국은 5.5%에 그치는 등 백신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국제 보건 안보 체계가 필요하다. 감염병에 전 세계가 함께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정치적 리더십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하고,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기술과 정보, 표본의 활발한 교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백신을 비롯한 감염병 대응수단의 공평한 분배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25개국 정상들의 공동 언론 기고에 이어, 11월 23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32개국 보건장관이 다시 기고를 게재하며 ‘감염병 조약’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다.

이 가운데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총회 특별회기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이번 특별회기는 미래 감염병을 대비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감염병 조약’을 논의하고자 개최됐다. 지난 2006년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의 서거로 소집된 것을 제외하면, 70여년의 WHO 역사상 처음 열린 특별회기이다.

이번 특별회기에서는 만장일치로 ‘감염병 조약’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국가 간 협상기구’ 출범을 결정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등 42개 조약 우호그룹 국가와 미국 일본 등이 공동으로 제안한 이번 결정안이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국가 간 협상기구’를 통한 협상이 신속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아주 명확하다. 언젠가 다가올 감염병에 대비해 전 세계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은 ‘모두가 안전하기 전에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회기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국가 간 백신 불평등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이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은 미래 감염병의 예방과 대비, 대응을 위한 구속력 있는 조약을 지지하며, 조약 우호그룹 국가들과 함께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강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수한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백신 불평등 해결에 동참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을 발표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백신 생산량을 확대하고 공평한 보급에 기여할 수 있는 백신 선도 국가로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저소득국의 백신 생산 역량을 확충하고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WHO의 ‘백신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구상 등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지금은 감염병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전 세계가 새로운 보건 안보 체계를 재정립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다. 바이오 강국 대한민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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